"금융당국 개입 필요악"vs"시장 자율성 보장해야"
[뉴스핌=김선엽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의 회사채 등급 현황을 살펴보면 A등급 이상이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에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이 횡횡하는 이유로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피평가기업의 등급쇼핑이다. 등급쇼핑이란 기업들이 신용평가사를 미리 접촉해, 좋은 신용등급을 주는 곳을 평가사로 선택하는 것이다.
감독당국은 기업이 신평사에 구두로 의뢰를 하거나 예상등급을 제시하도록 하는 행위 등을 직접 금지시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전등급 제시와 신평사 간의 정보교환 등이 은밀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일일이 감독당국이 감시하는 것도 한계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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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회사채등급(Issuer Rating, 보험금지급능력평가 포함) 분포 <자료:KDB대우증권> |
한국은행 김낙현 과장은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국내시장에 직접 진출해 평판리스크를 부담하도록 현지 법인 뿐만 아니라 지점 형태로도 국내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요구에 의해 이미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신평사가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전략적 판단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나이스평가정보 김용국 전무는 "그들의 요구로 이미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다만 글로벌 신평사들이 매몰비용이 크다는 판단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복수평가의무제의 폐지를 주장한다. 복수평가의무제는 지난 1994년 7월 신용평가제도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안정적 수익원 제공을 통해 신평사 사이의 불필요한 경쟁을 방지하고 전문적 투자정보를 시장 참여자에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제도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에 있어 2개 이상의 신용등급을 부여받아야 하기 때문에 3개 신평사 중 적어도 2개 신평사는 평가회사로 자동적으로 선정된다.
금융감독원 박임출 자본시장조사2국장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복수평가의무제는 과점체제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고 발행회사의 평가비용 부담을 중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또, 다른 신평사가 부여한 신용등급을 참고해 자기의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등 상이한 신용등급 부여에 따른 위험부담을 회피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의무적 순환제다. 즉 정부가 신용평가 회사를 순환적으로 지정해 신평사와 발행인의 유착관계를 해소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힘이 커지면서 시장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과점체제가 당국에 의해 오히려 보장되면서 신평사들의 평가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명지대학교 이성효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평가산업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금융당국의 개입이나 시장의 과점현상 등은 '필요악'이라 할 수 있다"며 "순환평가제도는 그 어떤 제도보다도 신평사들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