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싱어송라이터 윤건이 오랜만에 미니 앨범 '코발트 스카이072511'을 내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독특한 앨범 네임에는 윤건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경험했던 지난 7월25일 밤 11시 '코발트 스카이색'의 백야 현상을 모티브로 한 앨범 전반의 느낌을 담았다.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려 윤건과 종로구 효자동 '마르코의 다락방' 카페에서 만났다. 이곳은 약 5년 전부터 그가 직접 운영해 온 자그마한 쉼터이자, 2층에 작업실을 갖춘 일터다.
"여행을 원래 좋아하는데, '코발트 스카이072511'가 여행 경험을 직접 녹여낸 첫 번째 앨범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없는 기후, 분위기를 느끼면서 그간 얽매여 살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밤새 해도 안지고, 겨울이 기니까 여름엔 길거리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뛰쳐나가 노는 걸 보면서, 수록곡 '프리'를 작업했죠. 거기에 맞춰서 전체 느낌을 잡았어요."
북유럽 현지에서 만든 브릿팝 계열의 곡 '프리'를 시작으로, 미니 앨범 작업을 해야 할 시기와 맞물려 '코발트 스카이072511'가 완성됐다. 여행의 무브먼트를 맞춰 인트로는 디파쳐(departure), 아우트로는 어라이브드(arrived)로 세팅했다. 수록곡 '프리'에서 느껴지듯, 여행이 직접적 계기가 된 첫 앨범인 만큼 무언가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여행을 통한 작업을 한번 경험해 봤으니 앞으로는 여행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지도 몰라요.(웃음) 사실 영국, 일본, 싱가폴 같은 습도가 높고 따뜻한 나라를 좋아해요. 호불호도 확실한 편이죠.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갇혀 있는 거잖아요. 북유럽은 제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나봐요. 그런 부분이 분명히 이번 작업의 계기가 됐죠."
핀란드 여행이 가져다 준 영감으로 가득 찬 앨범이지만, 타이틀곡 '자석처럼'만은 여행과 별개로 최근 출연한 SBS '패션왕 코리아'에서 처음 공개한 곡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찍으며 '자석처럼'이라는 곡을 구상했고, 10분 만에 뚝딱 작업했다. 옷을 만들 때도, 런웨이 음악으로도 사용하며 음악의 장르인 브릿팝의 느낌처럼 '자유로운' 음악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냈다.
"사실 '자석처럼'은 타이틀로 만든 노래는 아니고, 방송을 녹화하다가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어요. 말 그대로 작업실에서 금세 만든 노래인데, 원래 그런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모티브를 가지고 고민하고, 연상하는 편인데 이번엔 '자석처럼'이라는 말과 멜로디가 쭉쭉 같이 나왔어요."
윤건은 '자석처럼'을 설명하며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중력, 자석과 같은 힘에서 모든 감정의 중심이 되는 개념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력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해요. 서로 힘에 이끌리고, 뭔가에 이끌려 가고 그래서 외국에는 '그래비티(gravity)라는 노래가 많잖아요"라며 "음악의 소재로 삼기 참 좋은 단어이고, 개념인 듯 해요"라고 덧붙였다.
윤건의 음악은 예전에 주력했던 발라드나 알앤비에 비해 미니멀하고 브리티시해졌다. 그는 어릴 때부터 롤모델로 삼아왔던 뮤지션이나, 주로 들었던 음악은 거의 영국 음악이었음에도, 한국에 살다보니 미국 쪽 영향을 먼저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풍부했던 소울을 자제한 대신에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진 음악 색을 갖게 됐다.
"예전에는 물론 알앤비가 좋아서 했지만, 곡 작업 하면서 굉장히 힘든 점이 많았어요. 작년에 브릿팝 쪽으로 약간 바꾼 이후로는 조금 느낌이 달라졌죠. 그땐 모티브 하나를 갖고 안풀려서 1년 걸려 곡을 쓰기도 하고, 특히 가사 넣기가 힘들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브릿팝은 좀 더 자유로운 기반이 있어서 스케치를 하고, 불러보면서 살을 붙여가며 그림을 그려가죠. 확실히 음악이 예전보다 더 재밌고 편해졌어요."
음악에 관한 자세가 자유로워지고 좋아진 만큼, 활동 반경도 자연히 넓어졌다. 윤건은 약간은 갇혀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잘할 수 있고,좋아하는 것이라면 이제 방송 노출을 가리지 않고, 예능에도 출연하는 유연한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그 덕에 '가장 실타래가 잘 풀려 나왔다는' 이번 앨범과 '자석처럼'에 무한한 애착을 드러냈다.
"함께 작업하는, 편곡하는 형이 타이틀을 정할 때 제가 편곡한 '자석처럼'을 듣고 '이 노래가 가장 좋다'더라고요. 본인의 저작권료가 걸려 있는데도 말이죠. 거기서 진심이 느껴졌고 뿌듯했어요. 친구들은 이 노래가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가수는 제목 따라 간다고 싫어하시는 분들 취향에도 자석처럼 쫙쫙 달라붙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알고 보면 B형 남자 윤건, "혈액형 굉장히 믿는 편" 윤건은 새 미니 앨범 '코발트 스카이072511'을 발매하며 스스로 가둬뒀던 것들을 깨고 나왔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더 자유로워진 음악을 하게 됐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혈액형과 별자리, 징크스에 민감한 남자다. "혈액형을 굉장히 믿는 편이에요. 누군가를 판단할 때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요소예요. 제가 좀 안그러게 생겼는데 관상, 사주, 별자리 다 믿어요. 그런 부분이 다 합쳐져서 한 사람이 형성된다고 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선호하는 혈액형은 없어요. 전 누구에게든 일단 맞춰주는 타입이에요." 그러고 보니 청와대 근처에 위치한 카페 '마르코의 다락방'의 입지도 심상치 않았다. 윤건은 아니나 다를까, "풍수지리 완전 봤어요. 궁 옆이잖아요. 좋은 곳이죠"라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터 영향이 있나봐요. 여기 오게 되면서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음악이나 인간관계도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 좀 갇혀 있었다면 '이런것 좋아하니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15년 동안 음악을 했지만 마음 먹는게 쉽지는 않아요. 사실 기존 뮤지션들이 하던 것에만 안주하는 면이 없잖아 있잖아요. 굉장히 자주 스스로 가둬버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겪어보니 장기적으로는 그게 별로 안좋아 보여요. 음악적으로는 계속 진화하고 싶어요."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 [사진=센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