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웠다. 물론 유쾌했던 지난 만남의 여운이 남기도 했지만, 영화 ‘플랜맨’에서 마음을 앗아간(정재영의 말을 빌리자면 그럼에도 사귀고 싶진 않은)정석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약 한 달 만에 배우 정재영(44)과 다시 마주했다. 영화 ‘역린’ 막바지 촬영에 ‘플랜맨’ 홍보 일정까지 겹쳐 심신이 지쳤을 법도 한데 특유의 웃음을 터뜨리며 반갑게 인사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건네는 그는 여전히 센스 있고 유머러스했다.
정재영이 힐링 코미디 ‘플랜맨’을 선보였다. 영화는 1분 1초 계획대로 살아온 남자 정석(정재영)이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여자 소정(한지민)을 만나면서 생애 최초로 무계획적인 인생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진중한 역할만 맡았던 정재영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찌질남의 탈을 썼다. 영화 ‘아는 여자’(2004) 속 동치성을 사모(?)했던 이들에겐 더욱 반갑다.
“제가 원래 좀 찌질해요(웃음). 전문 분야죠. 도시적인 역할을 해도 제 삶이나 말투는 묻어나요.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 삶을 살기도 하죠. 근데 이번 역할은 그동안 제가 했던 비슷한 캐릭터들의 모든 결핍과 찌질함을 한 번에 집대성했어요. 나이도 있으니까 이런 캐릭터는 이번이 마지막 아닐까요? 아마 이번에도 편집하면서 힘들었을 거예요. 주름이 하도 많아서….”
찌질함이 정석과 닮았다면 계획대로 움직이는 면은 정반대다. 지킬 수 없을 바에 계획을 세우지 말자는 그 나름의 지론에 따라 신년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대신 새해 바람은 있다고 운을 떼는 그에게 ‘플랜맨’ 흥행을 제외하고 말해보라 으름장을 놓았다. 잠시 주춤하던 정재영은 이내 ‘방황하는 칼날’의 흥행, 그 다음엔 또 ‘역린’의 흥행이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 올해 세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둔 설레는 얼굴 이면에는 흥행에 대한 간절함도 묻어났다.
“1차 목표는 손해 안 보는 거예요. 영화의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작품이 좋고 관객이 다 좋아한다면 괜찮지만 만약에 계속 흥행하지 않는다면 한꺼번에 피로감이 몰려올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송)강호 형이나 (설)경구 형처럼 많은 작품이 다 잘 돼도 피로감은 오죠. 근데 다 잘 안되면 어떻겠어요? 우스갯소리지만 올해 개띠들 사주가 좋다더라고요. (한)지민이도 개띠고 저도 개띠거든요. 그래서 느낌이 좋아요. 개판이잖아요(웃음).”
지금부터 개봉할 영화는 많지만, 곧바로 들어갈 작품은 아직 정해놓지 않았다. 바빴던 일정으로 시나리오를 집중해서 볼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정재영은 올해 또 다른 작품으로 만나기보단 나머지 작품들을 선보일 채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싶다. 물론 지친 심신을 달래는 차원에서 잠깐의 휴식도 필요하다.
“일정이 정리되면 하루종일 집에서 쉬고 싶어요. IPTV로 하루종일 영화도 보고 싶고요. 물론 극장에서 보는 것도 좋은데 제가 혼자 다니는 걸 싫어하거든요. 어쩐지 청승맞죠? 청승 떠는 건 너무 싫어요. 물론 평소에 북적북적 지내던 분들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세요. 근데 저희 직업은 혼자인 시간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제가 외아들이라 혼자 자랐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늘 혼자 있어서 외로움도 많이 타죠. 그때 청승맞은 짓을 많이 해서(웃음) 혼잔 싫어요.”
공식 석상은 물론 인터뷰 자리에서도 언제나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유쾌한 사람이 외로움에 약하다니 의외였다. 게다가 요즘처럼 바쁠 때면 분명 외로움도 두 배가 될 터. 대체 무슨 힘으로 지친 본인을 지탱하느냐 물었다. “가족 부양?”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또 한 번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뭐 사실 지탱하지 못할 만큼 힘들지 않아요. 다만 제가 워낙 게으르다 보니 바쁘게 움직이는 게 간혹 부담스러울 뿐이죠. 다른 작품 촬영하면서 개봉 영화를 이야기하니까 종종 정신이 분산되는 기분? 습관이 안 돼 있잖아요. 근데 또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다 경험이죠. 사실 예전에는 용기가 부족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용기 내고 살자 싶습니다. ‘용기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영화에서도 그러잖아요. 뭐 지탱하는 힘이 별 거 있나요?(웃음)”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