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긴장으로 군수종목 주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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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증시 전체가 부진한 와중에도 군수 업종이 강한 상승기조를 보이며 A 증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북아 지정학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고 민간자본 유치에 나서는 등 군수산업을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 추진으로 역내 군사적 대결 우려가 높아지면서 증권 기관들은 너도나도 A증시의 군수 산업 분야를 투자 유망 업종으로 꼽고 있다. 중국 증시 안팎의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이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고 각국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중국이 전면적으로 항일전쟁에 돌입한 계기가 된 '7·7 사변'이 77주년을 맞은 7월 7일에도 A증시의 군수종목 주가는 또 한바탕 크게 들썩였다.
그 중에서 항톈커지(航天科技 000901.SZ)는 8일 재차 상한가를 기록, 지난달 6월 30일 이래 거래일 7일동안 6차례나 상한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가는 14.68위안에서 25.52위안으로 이 기간 73.84%나 폭등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중신(中信)증권을 인용, 중국 군수종목의 6월달 주가 상승폭이 12.45%에 달해 업종 중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6월달 상하이·선전 300지수 상승폭은 1.505%에 불과했다.
◇정부 전폭 지지·지역 갈등따라 군수 테마주 '훨훨'그래픽: 송유미 기자.
전문가들은 군수종목 급상승 요인으로 정부의 군수산업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갈등 고조를 들었다.
지난 7월 2일부터 나흘간 마카이(馬凱) 국무원 부총리가 뤄양(洛陽)과 우한(武漢) 등지를 시찰할 당시, 민간자본의 군수산업 참여를 적극 장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5월 29일 열린 '민영기업 첨단과학기술 성과 박람회 및 군민융합 고위급 포럼'에서 중국 해방군 총장비부는 "산업정보화부, 국방과학공업국, 전국공상연합회와 함께 군수시장 진입 간소화 방안을 출범하고 군수조달 정보교환 시스템 구축 등 각종 조치를 마련해 민영기업의 군수산업 참여를 유도하고 군과 민의 융합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불안도 군수종목 상승세의 중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의결 통과를 비롯해 북핵 문제 등 아시아 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것.
대다수 기관 투자자들은 올해들어 군수종목이 급부상한 원인으로 △한반도 주변 긴장 국면 △군수산업 재편 움직임 △군수과학기술연구기관 체제 개혁 등을 꼽았다.
이밖에 선전(深圳)의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군수산업 내 제조업 상당수는 최첨단 제조산업에 해당한다"며 "현재 자본시장에서 과학기술 종목이 각광을 받는 상황에서 최첨단 산업인 군수종목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를 반영하듯 9일 중위안특수강(中原特鋼), 항톈천광(航天晨光), 북방네비게이션(北方導航), 항톈전기(航天電器), 푸순특수강(撫順特鋼) 등 군수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산증권화' 군수종목 상승에 한 몫
자산증권화가 군수종목 급등의 중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자동차 부품 업체였던 청페이지청(成飛集成 002190.SZ)이 군수산업에 투자하면서 주가가 256%나 뛰어, 올 상반기 최고 우량주에 올랐다.
청페이지청은 지난 5월 중국 항공공업그룹(AVIC) 산하의 전투기 제조 업체인 선양비행기공업유한공사(沈飛集團), 청두비행기공업유한공사(成飛集團) 등 지분을 인수해 군수산업에 진출하면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청페이지청이 주력 사업을 전투기 등 군수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에 군수분야의 자산증권화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증권화란 비유동성 자산을 증권으로 전환해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현금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항천(航天)증권의 한 관계자는 "'군수자산의 증권화'가 향후 중국 군수기업의 발전 방향"이라며 "군수자산 증권화로 군수기업은 자금조달 루트를 확대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군수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던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군수자산 증권화로 인수합병(M&A)을 통한 군수산업 재편이 활발해져 발전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산발적이고 중복되는 연구와 개발을 막아 업계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군수기업은 자본시장을 발판으로 보잉, 록히드 마틴, 레이시언,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세계적인 군수업체로 성장한 반면, 중국 군수업체는 각종 규제에 부딪혀 군수자산 재편과 자산증권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청페이지청의 군수산업 인수를 계기로 중국 군수자산증권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 펀드 매니저는 "군수기업의 대규모 자산증권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현재 국내 10대 군수그룹의 자산 증권화율이 30%에 불과해 앞으로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소개했다.
해외 군수기업의 자산증권화율이 70%~8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군수기업의 자산 증권화율이 향상될 여지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중국 군수자산 증권화율이 2~3배 확대, 시장가치도 5~10배 급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국방비 두자리수 증가세, 성장성 양호
1978년 개혁개방이래 중국의 경제력 및 종합국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중국 당국은 국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2001년부터 2012년 중국 국가 재정에서 지출되는 국방비는 연간 1442억 위안(약 24조원)에서 6691억 위안(약 110조원)으로 연평균 15.43%가 늘었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에는 국방비가 각각 전년보다 13.02%, 11.01%나 증가했다.
중국은 올해 전년보다 국방비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해 국방비 지출을 전년보다 12.2%가 늘어난 8082억3000만 위안(약 133조원)으로 확대했다. 2013년 중국의 국방 지출은 7201억6800만 위안(약 118조원)이었다. 국가 핵심이익인 영토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군의 현대화와 첨단무기 개발, 해·공군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01년 이래 중국 국방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가량이었던 반면, 미국은 이 비중이 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에는 미국 국방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달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