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내연기관 모델 연비개선·지원금 축소 '변수'
[뉴스핌=송주오 기자] 현대자동차가 이달 들어 두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 8일 출시된 그랜저 하이브리드 이후 약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현대차는 2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저유가, 내연기관 모델의 연비개선, 정부의 지원금 축소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시장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낸털 호텔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는 병렬형 하드타입 시스템이 적용되고 누우 2.0 직분사(GDI)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을 장착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4% 향상된 최고출력 150마력과 5.5% 향상된 최대 토크 19.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와 함께 38kW급 하드타입 전기모터를 채용해 초기 가속 문제를 해결했다. 공식연비는 16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18.2km/ℓ에 달한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8일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파워 스티어링 휠의 데이터 처리 단위를 개선하고 전방추돌경보시스템,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 등 고객 편의사양도 보강했다.
현대차는 품질은 개선했음에도 가격은 오히려 인하했다.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심산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기존 모델 대비 10만원 인하된 3450만원에 내놨다. 이날 출시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스마트 모델 2870만원, 모던 모델 2995만원, 프리미엄 모델 3200만원로 책정했다.
현대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내세워 내년 국내 1만8000대, 해외 3만7000대 등 총 5만5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저유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내연기관 모델 연비 개선도 부담
하지만 현대차의 목표 달성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하이브리드 모델의 최대 장점인 고연비의 메리트가 사라졌다. 고유가 시대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낮아지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59.56달러로 60달러선이 붕괴됐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55.91달러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61.06달러로 60달러선에 근접했다.
저유가 지속은 국내 유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오후 1시 기준 현재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85원이다. 2주 연속 하락세다. 문제는 유가 하락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언젠가는 반등할 것이다"면서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별한 반등 모멘텀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가 하락이 본격화 된 8월 이후 쏘나타 하이브리드 판매는 감소했다. 7월 465대를 팔았지만 8월 341대, 9월 362대, 10월 357대, 11월 371대 등 400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7월 1037대를 판매했지만 8월 902대, 9월 778대, 10월 877대, 11월 889대 등 실적 회복이 되고 있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비를 개선한 내연기관 모델의 출시도 부담이다.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연비는 하이브리드에 준하는 내연기관 모델 출시로 인해 경쟁에서 우위에 있기 어렵게 됐다.
국내에서 고연비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뉴 푸조 2008(왼쪽)과 QM3(오른쪽). |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 지원금 축소도 현대차에겐 부담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에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구매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4만대를 계획했지만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3만2500대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보조금 지원 기준도 강화됐다. 당초 정부는 1km당 100g의 기준을 제시했지만 지원금 축소로 1km당 97g으로 강화했다.
이에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1g으로 정부 기준에 부합해 지원금 100만원을 제공받는다. 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1km당 105g으로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 입장에선 이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차의 주력 모델은 그랜저이기 때문이다. 올해 누적(1월~11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그랜저는 1만1534대로 쏘나타(4472대) 보다 2배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내년 목표 판매량 달성이 어렵다고 여기는 이유 중 하나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시 행사에 참석한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가격이 동결 내지는 25% 낮아졌다"며 "높은 연비를 고려하면 가솔린 모델들과의 가격 차이는 구매 후 1년 이면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