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난항에 우회 지원 방안 제안 나와
[뉴스핌=한태희 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개성공단 자산을 국유화하거나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가 특별법 제정에 난색을 표한 가운데 현실적인 대안이란 설명이다.
개성공단포럼은 23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속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중단의 배경과 입주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 관련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엔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등 입주기업 대표자 뿐만 아니라 법조계 인사, 민간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명섭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남북교류협력소위원회 위원장)는 개성공단 자산 국유화란 방안을 제시했다. 개성공단 자산을 공정히 평가한 후 국가가 이를 인수하자는 것. 개성공단 재가동시 입주기업이 이를 되살 수 있는 환매권을 주자는 내용이다.
한명섭 변호사는 "경협보험에 의한 구제에는 한계가 있고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정부 조치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가장 현실적이고 간명한 대안은 정부가 개별 입주기업에 대해 자산평가를 해서 모두 인수해 북한에 있는 우리의 국유재산으로 편입시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포럼이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중단의 배경과 입주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 <사진=뉴시스> |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도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이 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신청하면 은행에서 기업 재무상태를 고려해 등급을 나누고 차등 지원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5500억원의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기업 신용 등의 문제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일단 패스트트랙이 적용되면 기업 신용과 무관하게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기업형 패스트트랙 제도 안에서 유동성 극복 위기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패스트트랙이 급한 불을 끄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제안이 나온 가운데 피해 당사자인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특별법 제정을 원하고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고정자산에 대해 5500억원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1200억원만 실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유동자산은 빠져 있다"며 "특별법 얘기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한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달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실시한 자체 피해조사에서 고정자산 5688억원·재고자산 2464억원 등 8152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