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에너지 섹터 신용라인 1470억달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석탄 업체 피바디 에너지가 12일(현지시각)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아치 콜에 이어 1883년 설립한 피바디의 파산보호 신청은 석탄 에너지 시대의 종료를 의미하는 상징 격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에너지 업계의 여신과 관련된 잠재 리스크가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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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디 에너지 <출처=AP/뉴시스> |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바디 에너지는 부채 101억달러에 대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른바 챕터11은 기업의 청산이 아니라 채무 상환 일정을 연기해 정상적인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회생 절차다.
하지만 피바디의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는 낮다. 앞서 아치 콜과 알파 내추럴 리소시스, 패트리엇 콜, 워터 에너지 등에 이어 이번 피바디의 파산보호 신청은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관점에서 석탄 시대의 종료를 알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크레디트사이트의 샌드라 초우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석탄과 그 밖에 광산 업계의 전망이 매우 흐리다”라며 “경영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에너지 업계의 부실이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JP모간은 상업은행 부문의 1분기 이익이 4억9600만달러로, 17% 급감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업체의 부실 여신이 늘어난 데다 잠재 리스크에 대한 충당금을 적립한 데 따른 결과다.
상황은 월가의 주요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등 미국 주요 10개 은행이 에너지 업계에 제공한 신용라인이 14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에 신규 여신을 승인했으나 아직 집행되지 않은 이들 신용라인은 금융 업체들의 펀더멘털을 흔들 만큼 크게 불어났지만 지금까지 실적 발표 시즌에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잠재 리스크에 해당한다.
지난 12일 신용평가사 피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투기등급이거나 아예 신용등급을 평가 받지 못한 에너지 기업의 약 60%가 디폴트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권의 파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 로펌 헤이네스 앤 분에 따르면 은행권이 에너지 업체에 대한 기존의 신용라인을 평균 30% 이상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은행은 일반적으로 에너지 기업이 보유한 설비나 원유를 포함한 현물을 담보물로 여신을 제공하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담보 가치를 재평가 한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상품 가격이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지만 기존의 여신에 대한 담보물 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며, 이 때문에 재평가에 따른 신용라인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바클레이즈의 제이슨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유가가 최근 뚜렷한 상승 흐름을 탔지만 배럴당 40달러는 안정적인 자금줄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부족하다”며 “유동성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