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부실 원인 진단 없어... 쇄신안 효과 있어
[뉴스핌=한기진 김연순 기자]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8일 밝힌 12조원 규모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추진계획에는 국책은행의 인력과 조직 쇄신안도 담았다. 국민 혈세를 자본확충에 투입하는 만큼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산은은 구조조정을 가장 많이 하고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최고 전문기관”이라며 “산은이 구조조정 역할을 잘해내도록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어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쇄신안의 핵심은 ▲ 성과주의 도입 ▲ 인력과 조직 축소 ▲ 임직원의 유관기관 취업 제한 등이다.
산은의 경우 이미 도입한 성과연봉제 외에 임원의 연봉을 전년 보다 5% 삭감하고 내년에는 반납하는 게 골자다. 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해야 한다. 예산도 삭감해 올해 1.3%에 이어 내년에는 3% 깎는다.
인력을 올해 3193명에서 내년 2874명으로 10% 줄이고 임원진도 10명에서 9명으로 축소한다. 임직원의 산은 관련 회사의 취업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수은도 성과연봉제를 현재 부장급 이상에서 차과장급으로 확대된다. 임원의 연봉은 5% 삭감하고 전직원은 올해 임금 상승분을 반납한다.
조직 슬림화를 위해 인력도 현재 978명에서 2021년까지 5% 줄이고 현재 9개 본부를 2018년까지 7개 본부로 축소한다. 지점장 사택 4개소도 매각한다.
쇄신안이 나왔지만, 핵심은 빗겨갔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전의 부실의 현황과 도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이 됐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또 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구조조정 역할로 등장한 것도 우려했다. 기업은행이 자본확충펀드에서 도관은행(conduit bank, 한은자금이 흘러나가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은행) 역할을 하는 것 역시 한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법 65조에는 유동성 제약에 직면한 은행에 긴급여신을 지원할 수 있지만 기업은행은 유동성 제약에 직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국책은행들의 자구계획이 그동안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나름 노력의 모습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산은과 수은이 기업구조조정 분야에선 여전히 최고 전문기관인 만큼 현 시스템을 유지하되 구조개혁의 방법을 구조조정하는 '투트랙'을 고민할 시기는 됐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산은, 수은의) 자구계획은 나름 강도가 낮지는 않다고 본다"면서 "과거 산은의 구조조정이 자금투입을 통한 회생지원 중심에서 재무적 조정 뿐 아니라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부분이 있다"고 전제를 깔았다.
그는 이어 "이러한 변화에 미리 준비를 못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지금 (구조조정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곳은 아직까지 산은과 수은"이라며 "일단 현 기업구조조정은 산은, 수은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산은, 수은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