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도로 정체 심해 별도 '교통대책'도 있어야
[뉴스핌=최주은 기자] “지금 계획안은 장고 끝에 악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통영향평가를 받아 도로를 새로 내야하고 폐지된 중심상업시설 계획을 고려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가이드라인에 대한 조합원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남뉴타운 제3구역 조합원 최씨는 지난 9일 기자와 만나 “이번 한남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지침과 관련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선 한남뉴타운 전체에 최고 높이 90m 기준이 적용된데 불만이 높다. 서울시는 한남뉴타운 재개발 가이드라인에서 한강변에 접한 건축물은 12층 이하, 한남대교에서 한광교회가 바라보이는 지역은 5층 이하로 짓도록 했다. 다만 기존 조합 설계안에 적용된 용적률 226%, 5700가구 규모의 개발 계획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남5구역에 들어설 예정이던 50층짜리 랜드마크타워 건립, 한남지구와 한강을 연결하는 오버브리지 계획 등을 담은 '그라운드 2.0'계획을 폐지했다.
3구역 조합원 김씨는 “높이 제한을 두면서 용적률은 전혀 없었다”며 “아파트가 답답하게 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구역 다른 조합원 이씨는 “저층 주거지 개발 계획으로 아파트 동간거리가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점에 대해 다수 조합원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층고 상향을 위한 높이 기준 재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뉴타운 내 단독·다가구 주택 전경 <사진=최주은 기자> |
또 일부에서는 111만205㎡에 달하는 면적에 1만2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것 외 별도의 교통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는 기존 도시와 가로망을 최대한 유지하는 형태로 도로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즉 기존의 장문로, 보광로와 같은 생활가로를 활용할 예정이다.
4구역 조합원 장씨는 “지금도 한남뉴타운 주변 주요 도로가 정체현상을 빚는다”며 “교통환경평가를 실시해 새로운 도로 계획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불만으로 한남뉴타운에 실망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는 잠잠하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재개발 가이드라인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한남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조합원들은 대체로 실망감을 드러냈다”며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곧바로 매물이 쏟아지진 않겠지만 지금 계획안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시장에 물건이 조금씩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남뉴타운은 지난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며 한남동·보광동 등 남산자락과 한강 사이에 있다. 면적이 111만205㎡에 달하며 총 5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새 아파트 1만2000여 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서울시 한남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지침에 따르면 우선 1구역과 2구역은 이태원 관광특구 일부 지역이 재정비촉진지구에 포함돼 기능 상실 우려로 계획 조정이 불가피하다. 1구역과 2구역에서 이태원 관광특구 비율은 각각 90%, 22%다.
이에 따라 시는 1구역에 대해 재정비지구에서 직권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 용산구청 이전 이후 이 일대 상권이 형성되면서 상가 입주자를 중심으로 재개발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졌다. 시는 이태원 관광특구에 맞은 상업지역으로 운영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2구역은 6호선 역세권과 이태원 상권 주변으로 이태원 인접 상업지역, 이슬람 사원 일대 등 상당 부분을 제외하고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4구역은 한남뉴타운 5개 구역 가운데 조합원 수가 가장 적고 ‘지분 쪼개기’가 적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5구역은 조합 내부 갈등과 변전소 이전 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딘 편이지만 최근 조합 운영은 정상화됐다.
서울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한남뉴타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3구역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았다. 3구역은 지난해 건축심의를 신청한 뒤 일곱 차례나 보류되면서 난항에 빠졌지만 최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3구역은 7개 블록으로 나눠 저층 아파트, 테라스하우스 등 개성 있는 주거단지로 개발된다. 남산 경관 등 공공성을 고려해 최고 높이는 90m를 넘지 않도록 했다. 구역 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한광교회 건물도 존치할 방침이다.
기존 조합 설계안에 적용된 용적률 226%, 5700가구 규모의 개발 계획은 유지된다. 지난 2015년 건축심의 때와 비교해 소형면적 비율을 늘렸다. 조합과 용산구청의 협의 과정이 남았지만 시는 한남 3구역 건축계획에서 85㎡ 이하 면적을 전체의 87.7%로 잡았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