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보고에 가짜 상표 부착도 몰라..비리 정황 나타나
[뉴스핌=김승현 기자]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4년간 고속철도(KTX) 열차 윤활유를 불량 제품을 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일부는 해외 유명 제조사의 상표명을 도용한 가짜 윤활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코레일은 규정까지 어겨가며 이 윤활유에 대해 성능·성분 검사도 전혀 하지 않고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비리 혐의도 파악되고 있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함진규 의원(새누리당, 경기시흥갑)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제조회사 표시도 없고 성분과 성능에 대한 품질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세업체 M사가 만든 고속철도차량용 윤활유(도유기유)를 납품받아 사용해 왔다.
고속철도 윤활유는 고속철도 선로와 기차바퀴의 마모도와 소음을 감소시키고 제동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KTX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M사가 만든 윤활유는 저질 불량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M사는 납품시 제출한 품질안전보건자료(MSDS)상에서 인화점이 섭씨 300도로 표시했다.
최근 실시한 성능시험결과 섭씨 94도의 온도에서 불이 붙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유동점(어는 온도)도 표기된 영하 35도가 아닌 영하 30도인 것으로 드러나 엉터리 윤할유로 밝혀졌다. M사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입주해 있으며 직원 15명의 영세업체다.
코레일은 지난 2013년 8월 성능 및 성분검사도 거치지 않고 해당 윤활유를 코레일 구매품목으로 규격 등록했다. 코레일의 규격등록이 이뤄지면 사실상 이 제품에 대해 철도공사가 품질을 보증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이와 함께 해당 윤활유는 환경에도 좋지 않은 제품으로 드러났다. 레일위에 뿌려지는 윤활제는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어야 한다. 하지만 M사가 만든 윤활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수생 및 생태독성 ▲토양이동성 ▲잔류성 및 분해성 ▲동생물의 생체내 축적 가능성에 대해 모두 ‘자료없음’이라고 표시해 납품했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불량 윤활제 사용으로 인해 선로주변 토양과 수질이 오염됐을 가능성도 큰 실정이다.
M사 관계자는 “철도공사와 계약한 주문자가 제시한 배합비율 등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아무런 표시가 없는 용기에 담아 납품했으며 어떤 상표로 나가는지도 모르고 성능검사 등 별도의 품질관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코레일은 불량 윤활유를 쓰면서 규정을 어기며 상부에 허위보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이 M사가 제조한 윤활유를 사용한 것은 지난 2012년 11월 27일부터다.
하지만 당시 코레일은 이후 10개월간 2011년부터 사용했던 스위스제 제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구매 품목을 허위 작성했다. 이 괴정에서 코레일은 M사 제품에 스위스제 제품 상표를 허위로 붙인 정황도 포착됐다.
이같은 사실이 들통나자 주한 스위스대사관은 지난 7월27일 홍순만 코레일 사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한국의 불량윤활제 공급사들이 그들의 자체 제품에 스위스 회사의 복제된 상표를 붙여 사용했으며 코레일은 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하도록 방조했다"며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가짜 윤활유 사건은 외교통상문제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코레일은 지난 8월부터 해당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두달간 윤활유 없이 고속열차가 운행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함진규 의원은 "고속철도 차량바퀴와 레일과의 마찰열에 의해 열차화재가 발생할 수 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지난 4년간 이어졌다"며 "철저한 구매계약 관리와 선로주변의 환경오염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