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성현 기자] '청순미’와 ‘섹시미’의 차이를 느끼는 로봇이 있다면? 중국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기계가 미녀의 유형을 구분하는 독특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공지능(AI)이 ‘미적 판단’이라는 사회심리적 측면의 과제까지 수행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우샤오린(武筱林) 교수 <사진=바이두> |
최근 중국 상하이 교통대 우샤오린(武筱林)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미녀 유형을 가려내는 연구를 진행했다. 총 3954장의 중국 미녀 사진을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 인공지능 로봇에 학습과 검증과정을 거친 결과 80%의 정확도를 얻었다.
현재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성별, 인종, 연령 등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을 감별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있다. 그러나 ‘미적 판단’은 개인의 취향이 개입되고 사회적 가치관이 투영되기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난이도가 높은 도전과제다.
우샤오린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이 외모에 따라 다른 꼬리표(키워드)를 붙여준다는 사실에 주목, 유형별 상징어를 크게 A,B 두 개조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A조에는 긍정어가, B조에는 부정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특징을 보였다.
실험 샘플로는 바이두 이미지(百度图片)에 ‘청순’ ‘섹시’ 등 키워드를 넣어 나온 사진 중, 반어∙풍자적 사진(내용과 이미지 불일치)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용했다.
연구에 사용된 사진 샘플 일부 |
연구팀은 우선 이 두 그룹의 사진샘플을 중국 남자 대학원생 22명에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사진에 붙은 키워드에 동감했지만, 자신의 판단 근거에 대해서는“그냥 그렇게 느꼈다”는 모호한 대답만 할 뿐,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이 모호한 ‘느낌’을 간파할 수 있을까? 얼굴 생김새로 내면의 성격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우 교수 연구팀은 바로 이 점에 착안, 인공지능 기술인 뇌회로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이하 CNN)을 활용해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자료의 80%로는 학습훈련을 시키고, 10%는 검증을, 나머지 10%로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학습훈련을 거친 로봇이 A조와 B조의 사진을 구별해 내는 정확도는 80%에 달했다.
‘화장의 진한 정도’가 판단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진을 모두 흑백 처리한 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우려와는 달리 CNN 분류기의 사진 식별 정확도는 단 6%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편 우샤오린 교수 연구팀은 지난 11월 범인 사진 식별 연구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범죄자 얼굴의 공통된 특징을 학습, 이를 토대로 범죄자와 비범죄자를 구분했던 당시 연구결과는 ‘외모로 범죄를 판단하는 편견을 조장한다’ 는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는 ‘논문을 철회하라’는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샤오린 교수는 중국 펑파이뉴스(澎湃新聞)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에 교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사회 윤리적으로 민감한 내용이라고 해서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현재 유명 BJ(인터넷 생방송 진행자)의 외모 유형에 대한 네티즌의 평가도 수집 중에 있다. 작업이 완료되면 인공지능의 분류결과와 네티즌 평가의 일치 여부도 비교 분석해 볼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앞으로는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에 로봇에게 검증 받아야겠네” “관상은 미신이고, 이건 과학인가” “할 일도 참 없다” "연구 취지는 좋지만 주제 선정이 잘못됐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