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찬미 기자]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고속철도(KTX)를 이용하려는 장모(30·여)씨는 지난 8월 29일 추석연휴 승차권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하지만 수차례 '튕김현상'이 발생해 하루 종일 표를 예약하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이 돼서야 승차권 대기신청을 할 수 있었다.
한국철도공사가 추석연휴 특별수송기간 동안 KTX 승차권 예약 서비스를 인터넷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제공했지만 서비스가 미흡해 이용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KTX 열차가 지연될 경우 고객들이 보상을 받으려면 여전히 직접 철도역을 찾아서 신청해야한다. 국정감사 등에서 매해 지적을 받아왔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점은 시스템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서비스에 대한 배려가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 승차권 판매와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 이용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KTX 승차권 사전 발권이 시작된 첫날에는 잦은 '튕김 현상'이 발생해 고객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인터넷 누리꾼들은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밤을 샜는데 튕겨 버렸다”, “다중 접속이 아닌데 다중 접속이라고 내쫓는 짓을 대체 몇번이나 반복하는 건지”와 같은 불만을 제기했다.
달리는 KTX모습 <사진=코레일> |
또 이용객들은 열차 지연시 제공되는 서비스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업무상 주말마다 KTX를 이용하는 회사원 강모(40·남)씨는 "KTX 열차지연이 10번 타면 3~4번일 정도로 심각한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상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1년 이내 전국 철도역에서 고객이 열차지연을 신청할 경우에만 홈페이지와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로 보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고객들이 직접 역사를 방문해서 신청접수를 해야 해 신청률이 낮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열차지연 및 운행중지로 인한 보상금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열차 지연으로 인해 보상을 받은 이용객은 피해 이용객 81만명의 37.6%인 30만명에 그쳤다.
열차지연은 5년간 총 1만1314회 발생해 하루 평균 6.2회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열차가 지연돼 피해를 입은 모든 이용객이 쉽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현행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X에서 일반열차인 새마을호, 무궁화호로 환승해 이용할 경우 제공되는 '셔틀열차 할인' 예약 시스템에도 구멍이 많았다. 셔틀열차 할인 시스템은 KTX가 서지 않는 역에 가기 위해 환승해야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추가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된 할인제도다.
예를 들어 서울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KTX 요금은 4만7100원, 광주송정역에서 화순역까지 운영되는 무궁화호 요금은 2600원이지만 '셔틀열차 할인'을 적용받으면 무궁화호 요금의 57%인 1500원이 할인된다.
용산역에서 광주역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KTX는 4만6800원, 광주송정역에서 광주역까지 무궁화호는 2600원이었지만 '셔틀열차 할인' 적용을 받으면 무궁화호 요금의 65%가 할인돼 4만77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할인을 받으려면 두개 열차 표 모두 예약을 해야하며 매진으로 인해 예약 대기를 걸면 할인을 받을 수 없다. 즉 동시에 두 구간 승차권을 함께 구매해야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구간의 승차권이 매진되거나 고객이 한 구간의 승차권을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다른 구간 승차권을 구매하면서 할인을 요청하더라도 '셔틀열차 할인'은 적용되지 않았다.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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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이와 관련해 온라인이나 어플리케이션에서 어떠한 안내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가 마련되지 못했다"며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면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쳐 시스템 도입을 고려하고 방법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구도심역인 광주역과 신설역인 광주송정역을 연결하는 셔틀열차는 일부 시간대에 환승 시차가 30여분대나 발생해 연결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KTX 속도가 빨라져도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용객 박모(55·여)씨는 "광주역에서 광주송정역으로 향하는 연결편 열차 절반 이상이 KTX와 시간이 맞지 않아 KTX 시간 단축 효과를 별로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승차권을 구입한 후 다른 사람에게 문자로 승차권을 보낼 수 있는 코레일의 '선물하기' 제도도 신분확인을 거쳐야 해 불만사항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코레일의 '선물하기' 제도를 이용하면 문자로 승차권을 선물받은 사람은 직접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본인확인을 거쳐야 승차권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승차권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넓은 범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신분확인차 선물받은 고객의 로그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