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명작 동화 현대적 해석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 [사진=LG아트센터] |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가까이 하기 어렵다', '분위기 있고 고급스럽다', '이해하기 힘들다' 발레를 생각하면 흔히들 갖게 되는 선입견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접해 친숙한 명작 동화를 그린다면 어떨까. 사람들의 편견을 깨트릴 작품,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이 대표적이다.
'헨젤과 그레텔'은 영국이 자랑하는 4대 발레단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이 그림 형제의 동화를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엥겔베르트 홈퍼딩크가 작곡한 동명의 유명 오페라 음악에 발레단의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햄슨이 새로운 안무를 입혀 유쾌하면서 매력적으로 재탄생됐다.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 [사진=LG아트센터] |
원작 동화는 부모가 가난에 못이겨 버린 헨젤과 그레텔이 숲을 헤매다 과자집을 발견하고, 그곳의 마녀를 무찌른 후 보석을 챙겨 가족에게 돌아가는 결말이다. 다소 잔혹한 부분이 있었던 원작에 비해 내용이 순화됐다. 마녀가 좋은 선생님인 척하며 아이들을 잡아가는 것, 남매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찾아 몰래 집을 나가는 것 등이다. 물론 빵 조각을 길에 뿌리는 점이나 막대기로 마녀를 속이는 점 등 원작의 시그니처는 그대로 살렸다.
그동안 '발레'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던 공연과 달리,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일종의 '무용극'이 탄생했다. 무용수들은 헨젤과 그레텔, 마녀, 부모, 까마귀, 요정, 목각인형, 요리사 등 각각의 역할을 맡아 발레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연기까지 선보인다. 모두가 알고 있는데다 더욱 단순화된 스토리에 대사가 없음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고 몰입도가 높다.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 [사진=LG아트센터] |
발레 공연에서 흔히 보여졌던 대규모 군무는 없지만,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포진된 안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뮤지컬에서 노래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처럼, 발레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전한다. 연기가 곁들여지고 이야기 진행을 도우면서, 발레가 낯설게 느껴졌던 이들도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각각 캐릭터에 맞는 독무나 듀엣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특히 목각인형의 움직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전통적인 발레를 느끼고 싶었던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는 까마귀나 요정들의 안무로 조금이나마 충족시킬 수 있다. 화려한 기교나 무게감은 줄어들었지만 더 정교하고 위트있는 안무는 오히려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 [사진=LG아트센터] |
무엇보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무대는 관객이 빠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커다란 식탁과 의자를 시작으로 커다란 롤리팝, 달을 타고 나타나는 무용수, 아기자기한 과자집, 반짝이며 흩날리는 별모래 등 원작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해내며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기에 현대와 고전이 적절하게 섞인 아름다운 의상까지, 완벽한 115분을 선사한다.
스코틀랜드 지역 어른 및 어린이들과 소통하며 개발한 작품인 만큼, 아이들이 즐기기에도 무리 없다. 책으로 읽으며 상상만 했던 '헨젤과 그레텔'을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발레 공연으로 만나보길 추천한다. 오는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