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美임상 목표로 '엑소좀 플랫폼' 개발중
단일 파이프라인 상용화만으로 20억달러 이상 가치 전망
VC "다음 기술 키워드는 혁신성"..확장성 높아 수익성도 기대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될성부른 떡잎을 고르는 벤처캐피털(VC) 신규 투자가 활황이다. 이중 바이오심사역들의 선택을 받은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체나노물질인 '엑소좀'을 기반으로 다양한 적응증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으로 오는 2020년 미국 임상 진행이 목표다.
16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VC 신규 투자는 1조2913억원으로 전년 동기(7900억원)보다 63.5% 증가했다. 투자 업체 수도 전년 동기 488개사에서 583개사로 19.5%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바이오·의료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폭(2081억원)으로 늘어난 312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까지 증시를 휩쓸었던 바이오 열기가 VC에도 전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는 올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툴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 인터베스트 51억원, SV인베스트먼트와 HB인베스트먼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이 각각 30억원, KTB네트워크와 대덕벤처파트너스 각각 20억원으로 약 183억원 규모의 우선주(CPS)와 보통주를 함께 투자했다.
셀렉스라이프사이언스는 생체나노물질인 '엑소좀(Exosome)'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회사다. 엑소좀은 세포와 조직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위해 만들어내는 전달물질을 가리킨다. 이제까지 엑소좀은 질환의 예후 등을 예측하는 진단 분야에만 활용했다. 앞으로 셀렉스사이언스의 원천기술을 통해 세포 밖에서만 작용하던 단백질 의약품을 탑재한 엑소좀을 세포 안으로 주입, 효과적으로 약물이 기능하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셀렉스사이언스는 엑소좀을 컨트롤해 원하는 효소나 약물을 원하는 신체 기관에 원하는 만큼 전달하는 일종의 약물전달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을 개발 중이다. 기존에도 이런 방식의 약물이 존재했지만 세포 내 단백질을 표적으로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것은 셀렉스사이언스가 유일하다.
최철희 셀렉스사이언스 대표는 "우리의 경쟁력은 엑소좀 내에 치료용 단백질을 탑재해 안전하게 세포 내 타깃 공략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적정량의 약물이 적시적소에 작용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독성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단백질치료제는 수년간 연구 결과에서 낮은 생채내 안정성, 면역반응 유도에 문제가 있어 세포 내 타깃이 어렵고 의도하지 않은 면역반응을 비롯한 부작용을 유발했다. 분자 크기가 커 세포 안에 진입하지 못하고 세포막 주변에서만 작용하기 때문. 엑소좀 의약품이 상용화되면 효소나 항체 등 대부분의 단백질 의약품이 엑소좀 의약품으로 대체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최 대표는 전망했다.
현재 셀렉스사이언스는 엑소좀을 기반으로 한 5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진도가 가장 빠른 것은 염증억제 단백질을 활용한 패혈증치료제와 리소좀 분해효소를 탑재한 고셔병치료제. 현재 국내 대형제약사와 대학, 미국 대학과 바이오기업, NIH 등과 다양한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0년까지 미국 내 임상1상 진입이 목표다. 셀렉스사이언스 관계자는 "고셔병 치료제의 경우 임상2a까지 자체진행 후 기술이전을 예상하고 있다. 기술이전 예상 시점에 맞춰 IPO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셀렉스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세포 외부의 표적만을 공략하는 항체 시장은 상위 10개사 기준 70억 달러가 넘어서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단일 파이프라인의 상용화만으로 약 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측 전망이다.
올해 창업 3년차를 맞은 셀렉스사이언스는 신생 바이오기업답게 R&D(연구·개발)인력이 대부분이다. 현재 20명의 연구원이 총 연구비 36억원 규모의 정부 과제 5건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시리즈A 투자를 통해 180여억원을 조달, GMP시설 확보 등 임상 개발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후 미국 임상을 위해 올해부터 미국 법인 설립을 추진, 내년에 지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셀렉스사이언스에 투자한 VC들은 '기존 시장과의 차별성'에 높이 점수를 줬다.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인터베스트의 임정희 전무는 "투자를 검토할 때 다음 기술의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줄기세포의 경우 기존 상장사도 많고 시장도 이미 많이 올라왔지만 엑소좀은 가까운 미래에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시장인 고셔병의 파이프라인을 개발해 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 희귀질환 의약품의 경우 임상 단계가 짧아 상용화까지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이종훈 SV인베스트먼트 팀장은 세상에 없던 것을 창출할 수 있는 물질인지, 기술이 혁신적인지를 먼저 본다고 했다. 이 팀장은 "약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엑소좀에 약물을 담지해서 보내는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확장성도 많을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