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 10월14일까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한글박물관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제중원 해부학'을 소개하는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를 19일 개막해 오는 10월14일까지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 공개특별전의 일환으로 국립한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제중원 해부학' 전질을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인 '해부학'권 1~3은 1906년 간행된 초간본으로 전질이 갖춰진 유일본이다.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사진=국립한글박물관] |
'몸'에 대한 우리말과 문화의 역사를 조명한 기획특별전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아울러 '제중원 해부학'과 함께 18개 기관 소장유물 127건 213점이 전면적으로 공개된 전례도 없다.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제중원 해부학'은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 쓰카누(今田束, 1850~1889)의 '실용해부학' 권1~3(1888)을 제중원 의학생 김필순(1880~1922)이 우리말로 번역하고 제중원 의학교 교수 에비슨(Oliver R. Avison, 1860~1956)이 교열해 1906년 펴낸 책이다.
1885년 세워진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은 조선인 의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한글 해부학 교과서가 필요했다. 에비슨은 한국인 조수와 함께 그레이(Henry Gra, 1827~1861)의 '아나토미 오브 더 휴먼 보디(Anatomy of the Human Body)'를 한글로 번역했지만 조수의 죽음과 함께 완성된 원고도 사라졌고 이후 김필순을 만나 재번역한 원고 역시 불타 없어졌다. 세번째로 번역한 책이 바로 이마다의 '실용해부학'이다.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번역하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마침내 1906년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가 탄생하게 됐다.
'나는 몸이로소이다' 포스터 [사진=국립한글박물관] |
해부학 교과서는 몸을 대상화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서양의학의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다. 개화기에 한글로 번역된 해부학 교과서를 통해 낯선 서양의학과 만남이 몸에 대한 우리말과전통적 사고를 어떻게 바꾸게 됐는지 그 과정을 선보인다.
전시는 '모의 시대를 열다' '몸을 정의하다'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3부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의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전시 해설'을 운영한다. '몸을 가리키는 사라진 옛말' '김필순과 에비슨의 해부학 번역 이야기' 등 우리 몸과 말 관련 전문 해설이 4회 이뤄진다. 세부 일정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