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 2004년 황우석 사태로 한껏 올랐던 바이오 버블이 꺼진뒤 제약바이오 투자는 오랜 침체기를 보냈다. 당시 최대 40배까지 치솟았던 코스닥 바이오기업들은 대부분 상장폐지됐다. 기업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은 '묻지마 투자'의 결과다. 이후 코스닥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작전 등 주가조작이 횡행하는 투기시장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혁신성장을 모토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으로서 코스닥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신뢰받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설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인위적 수급을 통한 단기부양 정책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스탠스에는 반 보의 진전도 없었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간담회도 금융당국의 퍼포먼스 성격이 짙었다. 모두발언에 나선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평균 거래대금이 증가했으며 기관·외국인 시장 참여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금년 신규 IPO기업이 100개가 넘어설 것이고, 하반기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에게서 일말의 기대감을 찾긴 힘들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국 면전에서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 업계 관계자들도 매크로와 제약·바이오 종목의 전망에 대해 제시하는 것에 그쳤다"고 털어놨다. 보여주기에 불과한 행사였다는 말도 전했다.
실제로 김용범 부위원장이 언급한 '성과'는 자금이 몰린 연초 '반짝 효과'에 그쳤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지난 1월12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12조8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난 20일 기준 코스닥 거래대금은 3조2307억8700만원으로 1/4토막 수준이다. 지수가 폭락하는 동안 손실은 코스닥 거래량의 8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539억, 7528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3조3663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연초 이후 코스닥 내리막세는 당초 코스닥 시장이 기업 펀더멘탈이 아닌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상승한 탓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수급을 조작해 가격을 올려놨지만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과 괴리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빠졌다. 공모주를 우선배정하는 코스닥 벤처펀드에 3조원이 몰리면서 '기획'된 IPO도 늘어났다. 실적 유지가 어려워도 반짝 인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규 IPO기업 개수에 집착하는 것도 넌센스다. 코스닥시장 열기가 죽어버린 지금 상장기업들이 늘어나봤자 선순환이 이뤄질 리 없다. 오히려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는 부실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투자자들 손실만 커진다. 애초에 유동 물량이 적은 코스닥시장 특성상 '테마주'로 포장한 주가 조작도 횡행한다. 정부가 나서서 투기장을 조장하는 꼴이 될 수 있다.
2004년 황우석 사태를 복기해야 할 때다. 지수 상승, 신규 IPO 증가 등 보여주기에 급급한 활성화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부실기업의 빠른 퇴출과 불공정거래 차단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인위적인 수급을 중단시켜 시장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시장에서 드러나는 정책 부작용 시그널에 대해 금융당국이 귀 닫을 때 더이상 코스닥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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