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워싱턴 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미국인들을 아프가니스탄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하려 한다면 판사들에 대한 제재 등 강경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앞서 전날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이런 내용의 연설을 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볼턴 보좌관은 워싱턴에 위치한 보수 단체 연방주의자협회(Federalist Society)에서 PLO 워싱턴 사무소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면서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ICC의 수사를 촉구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인 이스라엘과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다만 볼턴 보좌관은 PLO 워싱턴 사무소 폐쇄가 장기간 지연됐던 아랍-이스라엘 평화 계획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수개월 동안 추진해왔다.
PLO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1964년 세워진 기구다. 국제 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법적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PLO 워싱턴 사무소는 일종의 팔레스타인의 대미 공식채널이다.
볼턴 보좌관은 아프간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ICC의 미국 조사 움직임에 대해 경고를 내놨다. 그는 "미국은 이 불법적인 법정(ICC)의 부당한 기소로부터 우리의 시민과 우리의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러한 기소가 진행될 경우 ICC 판사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군과 정보 전문가들의 아프간 전쟁 중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가 개시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ICC 판·검사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그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보유 중인 모든 자금을 제재하며 미국의 사법 체계에서 그들을 기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은 "ICC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ICC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ICC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ICC가 스스로 죽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의 PLO 워싱턴 사무소 폐쇄 방침이 알려지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또 ICC 측에 이스라엘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며 미국의 위협과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거듭 강조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ICC는 전쟁범죄와 반(反)인륜범죄, 제노사이드(대량학살)의 가해자를 심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미국은 2002년 ICC 설립 근거인 로마규정을 비준하지 않았다. 당시 조지 W.부시 대통령이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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