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바오후이 링난대학교 교수 CNN 기고문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지난 24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참패한 것은 중국에 '승리'를, 미국에는 전략적 '차질'을 의미한다고 장 바오후이 링난대학교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장 및 정치학 교수가 미국 CNN뉴스 기고문을 통해 25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전체 22곳의 대만 시(市)·현(縣)에서 13곳을 장악했던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친(親)중국 성향이자 야당인 국민당에 대패해 장악 지역이 6곳으로 줄었다. 민진당은 탈(脫)중국 색채가 짙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만에서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타이중시와 가오슝시를 국민당에 잃었다는 점이다. 특히 가오슝시는 민진당이 20년간 장악했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뼈아프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민진당 당주석에서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가 총통직은 유지하지만 차기 총통을 뽑는 2020년 1월 선거에서는 국민당 후보에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장 교수는 전했다.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 생긴 '불안감'이 민진당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당 출신의 마잉주에게서 총통 자리를 이어받은 차이 총통은 2016년 취임 전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 관계)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마 전 총통은 중국과의 교류 확대 정책 등에서 대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지만, 국내 정치에서는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유권자들은 차이 총통이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를 마 전 총통의 대안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2016년 취임한 뒤로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독립을 옹호했다. '92컨센서스(1992 Consensus)'와 92컨센서스에 깔린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했다. 장 교수는 그가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는 민진당의 이념에 구속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본토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은 모두 중국의 일부이자 하나로서 나눠질 수 없는 것이며, 국제 사회에서는 본토 중국, 즉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만을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같은 차이 총통의 행보로 양안 관계는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전 총통의 집권기 이후 또다시 악화됐다. 중국 정부는 대만 방문 중국인 관광객수를 대규모로 줄이며 대만 관광 산업에 타격을 주는 등 대만 경제를 압박했을 뿐 아니라 대만 주위에 전투기와 폭격기들을 비행시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였다.
대만 국민들이 중국으로부터 '뚜렷하게 분리된' 정체성은 높이 평가했지만, 이들은 대만의 안정과 평화를 갈망했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보통 30%대를 밑돌았다.
장 교수는 많은 논평가가 2020년 차기 총통 선거에서 차이 총통이나 다른 민진당 후보가 나오더라도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국민당이 정권을 다시 잡으면 중국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작아지는 등 대만에 '안정'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도 커다란 승리를 거두는 것이라고 장 교수는 부연했다.
2020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중국 입장에서 '평화적인 통일(peaceful reunification)' 구상을 재추진할 동기가 생겼다. 마 전 총통의 재임 시절 중국은 대만과의 장기적인 정치 연합을 위한 첫 단계로 '평화조약'의 완성을 시도했다.
대만과의 외교·안보 관계 강화를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는 민진당의 차기 총통 선거 패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번 선거 결과로 '전략적 차질'을 입게 됐다. 대(對)중국 억제를 위해 대만을 활용하려던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 1970년대 미국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이 노선이 노골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국민당의 2020년 선거 승리 전망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은 과거 국민당 정부에서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바 있어 새 국민당 정권에서도 미국과 직접적인 마찰이 일어날 여지는 크지 않지만, 중국을 억제하는 미국의 정책에 동참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대만의 국내 정치 상황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대만은 심화하는 두 강대국 간 경쟁의 주요 격전지라고 기고문을 마무리 지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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