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을 거친 아기를 출산하게 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렇게 태어난 쌍둥이 여자아기들의 DNA는 에이즈에 면역력을 갖추도록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면 유전공학 분야에서는 굉장한 도약으로 기록되겠지만, 윤리적으로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가 제2회 국제 인류유전자편집회의 개회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해당 회의 관련자 중 한 사람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허젠쿠이는 불임 치료를 받은 일곱 쌍의 부부가 제공한 배아에 유전자 편집을 했으며, 지금까지 한 쌍의 부부가 루루(露露)와 나나(娜娜)로 불리는 쌍둥이 여자아이 2명을 출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젠쿠이는 부모가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고 신원 공개를 원치 않고 있으며, 연구가 이뤄진 장소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젠쿠이는 중국에서 에이즈가 큰 사회 및 의료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서 HIV 면역을 목표로 했다며, HIV 침투를 가능하게 하는 단백질을 형성하는 CCR5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배아를 제공한 일곱 쌍의 부부 중 남성들은 모두 HIV 보균자이고 여성은 비보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젠쿠이는 남성들은 HIV 감염을 막는 약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자녀에게 HIV가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이 상당히 개발된 만큼, 단순히 감염을 막는 유전자 조작 기술보다는 HIV에 아예 면역을 갖춘 아기를 출산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허젠쿠이의 연구가 타 기관에 의해 검증되지 않았고 학술지에 발표되지도 않은 상태다.
허젠쿠이는 “첫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하게 했다는 의미보다 하나의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사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표에 과학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키란 머서누루 미 펜실베이니아대 박사는 “인간을 상대로 한 이러한 실험은 비윤리적이고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저명한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 미 하버드대 교수는 ‘중대하고 더욱 심각해지는 공중보건 위협’인 HIV를 막기 위한 시도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유전자 편집은 질병을 유발하는 비정상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정상 유전자를 주입하는 등 그야말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유전공학 기술이다.
최근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기술이 개발된 뒤 유전자 편집 과학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개인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체세포 유전자 편집’만이 허용되며, 후손의 유전자까지 변형할 수 있는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은 금지돼 있다.
중국은 인간 복제는 금지하고 있지만 유전자 편집에 대해서는 딱히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
허젠쿠이는 미국 라이스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연구한 후 중국에 돌아와 중국 남방과기대학에 연구실을 꾸렸다.
중국 유전공학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 [사진=블룸버그 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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