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보수 논란 재점화... 내년 3월 감독이사 선임 위한 주총
플랫폼파트너스, 맥쿼리 투자 '액티브인프라펀드' 만기 연장
스튜어드십 코드 등 행동주의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도 변수
[편집자] 이 기사는 11월 29일 오후 4시03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맥쿼리자산운용이 다시 수세에 몰렸다. 내년 3월 감독이사 선임 안건으로 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기관투자자들 중심으로 맥쿼리에 대한 보수 인하 요구가 다시 확산되고 있어서다. 최근까지 맥쿼리를 거세게 몰아쳤던 플랫폼파트너스는 연말까지 새 펀드를 추가 결성, 맥쿼리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맥쿼리 자산운용은 지난 9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과 맥쿼리인프라펀드(MKIF) 운용권을 놓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펼쳤다. 당시 플랫폼파트너스는 31.1%(1억800만주 가량)의 표를 받아 운용권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보수 인하에 대한 당위성을 시장에 전달하는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버드 로스쿨의 주주 행동주의 변화 리포트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들은 반복해서 타깃이 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경영권 위협을 받은 기업 중 20%는 최근 5년 사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한 번 이상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파트너스는 맥쿼리인프라펀드의 내년 정기주총 때 정순원 전 한국은행 금통위원을 감독이사로 추천하고 선임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올해 말까지 500억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를 추가 결성해 맥쿼리인프라 등 기업가치 개선 여지가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검토한다.
플랫폼은 원래 올해 말 청산 예정이었던 1~7호(6호 제외) 펀드도 최근 개방형으로 전환하며 만기를 없앴다. 플랫폼파트너스 관계자는 "지난 주총 안건이 부결된 이후 액티브인프라(행동주의 펀드) 자금 유입이 늘어났다"며 "보수 인하의 정당성과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공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 재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업계에선 맥쿼리의 추가 보수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맥쿼리인프라 주주인 한 자산운용사는 "맥쿼리인프라 지분을 블록딜로 팔라"는 한 증권사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최근 연기금과 외국인 매수세도 눈에 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19일 주총 이후 연기금은 맥쿼리인프라를 414만505주 샀다. 특히 이달 들어 주가가 크게 올랐음에도 100만주, 11만주, 10만주 단위로 블록딜 매수해 보수 인하 등 추가적인 상승 여력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도 24.71%에서 25.04%로 늘었다. 금액으로 치면 약 108억420만원 규모다.
이에 힘입어 주총 이후 맥쿼리인프라 주가는 9020원에서 이달 9450원으로 훌쩍 오르며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다.
맥쿼리인프라 주가 추이 <자료=대신증권 HTS> |
행동주의 투자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장 분위기도 맥쿼리에겐 부담이다. 연기금들이 내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명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9% 인수하면서 로컬 행동주의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자산운용업계 안팎에선 최근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행동주의 펀드 투자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또 최근 맥쿼리가 공개한 호주 인프라펀드의 보수 수준도 국내 보수 인하에 대한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호주 맥쿼리그룹은 지난 8일 호주에서 운용하는 인프라펀드 더인프라스트럭처펀드(TIF) 운용을 낙찰, 보수 수준을 공개했는데 기 자산의 경우 운용보수는 연간 0.49%, 성과보수는 기준수익률(8%) 초과분의 10% 수준이다. 반면 국내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운용보수 연간 1.2%, 성과보수 기준수익률 8% 초과분의 20%다. 호주 현지에 비해 국내 보수가 두 배 이상 높다.
이에 TIF와 맥쿼리인프라에 동시 투자 중인 국내 한 연기금은 맥쿼리인프라의 보수가 높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내년 주총 전까지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맥쿼리 지분을 들고 있는 국내 한 연기금 관계자는 "한국의 맥쿼리인프라펀드 보수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초 주총이 예정돼 있는 만큼 시장에서 보수인하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커질 것 같다. 우리도 지난 주총에선 자산운용사 변경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내년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8월 인하 이후 추가적인 보수조정 검토 여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맥쿼리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수인하 계획은 일종의 미공개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에 공시되기 전까진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