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증시 투자자들이 국제 유가가 전 고점에서 30%나 곤두박질치자 겁에 질렸다.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기업의 수익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과 가격 급락이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0월 초에 기록한 전 고점인 배럴당 75달러에서 53달러 근처로 30% 추락했다. 지난주 한때 49.41달러까지 하락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역시 비슷한 낙폭을 기록 중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은 2014년 말부터 시작해 2016년 초까지 유가를 30달러 밑으로 끌고 내려간 공급 과잉을 억제하기 위해 산유량 감축에 합의, 유가를 다시 들어올렸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나고,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생겨나면서 유가는 또다시 떨어졌다.
내년 미국 기업의 실적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유가 급락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국제 유가가 지난 10월 고점을 친 이후 미국 대표주가지수 S&P500의 에너지 기업 주가는 16%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전체 낙폭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분석가들은 S&P500 에너지 기업의 내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 10월 1일 26.2%에서 21.3%로 낮췄다.
DWS의 데이비드 비안코 남북미 최고투자책임자(CIO)에 따르면 유가가 5달러씩 떨어질 때마다 S&P500기업의 주당순이익은 1~1.50달러 낮아진다. 유가 하락에 피해를 입는 에너지 관련 기업뿐 아니라 혜택을 입는 항공 및 소비재 기업까지 포함해도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비안코 CIO는 S&P500을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상품 소비자보다 상품 생산자에 더 가깝다며 상품 가격이 높을수록 S&P500 기업의 순익은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올해 S&P500기업의 순익은 주당 162.81달러가 예상된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스솔드 수석 미국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를 포함해 1982년 이후 유가가 30% 이상 떨어졌던 경우는 13번 있었다. 이전 12번의 경우에선 유가가 이같은 폭으로 하락한 후 50일 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0% 떨어졌고, 145일이 지난 시점에선 13% 하락한 상태를 나타냈다.
이번 유가 하락도 미국 증시 부진 시기와 겹친다. 지난달 말 S&P500은 역대 최고치인 전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반등 지속을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는 유가 급락이 수요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데이비스 리서치의 크리스솔드 전략가에 따르면 앞서 유가가 전 고점에서 30% 이상 떨어졌던 이전의 12번의 예 가운데 미국 경기 침체와 겹쳤던 경우는 3번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BNY 멜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앨리샤 레빈 수석 시장 전략가는 "원유 시장의 매도세는 공급 문제로 시작됐다"면서 "(하지만) 최근 2주간, 수요 감소에 대한 공포감이 생겨나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공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선트러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키스 러너 수석 시장 전략가는 "50~60달러 수준은 생산업체들이 돈을 벌기에 충분하고, 소비자도 돕기 때문에 시장에 좋다"며 "다만 이 수준에서 더 내려가면 세계 경제에 대한 적신호로, 큰 걱정거리"라고 경고했다.
원유 채굴장비[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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