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강한 중국 소비자 명품과 실리 앞엔 무기력
젊은층 중심 국산품 애용 분위기 확산 현상도 나타나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애국주의 심화와 자의식 고취, 소비자 의식 향상 등의 영향으로 중국이 크지만 '까다로운' 시장이 돼가고 있다. 중국 소비자 혹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중국 시장에서 곤욕을 치르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그러나 각종 불미스러운 이슈가 글로벌 브랜드 실적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며, 오히려 '명분보다 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인 소비자의 성향 덕분에 위기 후 회복도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 화쉰차이징(華訊財經)은 돌체앤가바나, 캐나다 구스, 롯데 면세점 등 인종 차별 및 외교 문제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중국 시장에서 위기를 겪었던 글로벌 브랜드의 매출과 실적이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 '젓가락 피자 물의' 돌체앤가바나, 파격 세일로 위기 돌파
상하이에 위치한 돌체앤가바나 매장. 중국인 비하 광고 직후 고객이 줄어 썰렁한 매장 모습 <사진=바이두> |
중국인 비하 광고로 물의를 일으켰던 돌체앤가바나(D&G)는 최근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중국인 소비자 '회유'에 성공했다. 돌체앤가바나 중국 매장 관계자는 화쉰차이징과 인터뷰에서 '젓가락 피자 광고 파동' 이후 40%를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매장의 매출이 33% 급증했다고 밝혔다.
돌체앤가바나는 지난해 11월 중국인 모델이 젓가락으로 우스꽝스럽게 피자와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가 거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그 여파로 중국에서 예정됐던 패션쇼가 취소되고 장쯔이 등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중국인의 불매운동이 이어지자, 이 회사의 디자이너 겸 공동 창업자인 스테파토 가바나가 공식 사과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대대적인 할인 판촉 행사를 통해 돌체앤가바나 중국 매출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사스 보복' 철퇴 롯데면세점, 중국 소비자 인기 여전
중화차이쉰은 지난 7일 롯데면세점이 발표한 2018년 매출에 주목했다. 롯데면세점 서울 명동 본점의 매출은 지난해 4조 원으로 단일 매장 기준 매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의 일등공신은 중국 보따리 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가 사드 배치 후 외교 갈등의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롯데면세점 상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 문제 '불똥' 캐나다 구스, 중국인 무시 발렌시아가 중국 시장 선전
화웨이 멍완저우 CFO 캐나다 억류로 인한 외교적 분쟁에도 영업 개시 당일 많은 중국인 소비자가 찾은 캐나다구스 베이징 1호점 <사진=바이두> |
캐나다가 지난해 12월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의 멍완저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밴쿠버에서 체포한 후 촉발된 중국과 캐나다 외교 갈등의 여파가 캐나다 유명 의류 업체 '캐나다 구스'에까지 미쳤다. 중국 내 첫 번째 매장을 개업할 예정이었던 캐나다 구스는 이 사건으로 인해 매장 개업일을 연기했고, 중국 내 불매운동에 주가까지 폭락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캐나다 구스 우려와 시장의 예상과 달리 12월 31일 개장한 베이징 1호점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중국 시장에 연착륙했다.
프랑스 파리 매장에서 발생한 중국인 소비자 구타 사건 처리 미숙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질타를 받았던 발렌시아가도 중국 내 매출이 오히려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프랑스 발렌시아가 매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중국인 여성 소비자가 새치기 문제로 인해 다른 고객들과 마찰이 발생했는데, 이때 발렌시아가 측이 중국 소비자에게 불공평한 대우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중국 내에서 발렌시아가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발렌시아가가 중국인을 무시했다고 격분했고, 중국 매체들도 이 기업이 중국 시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2018년 상반기 발렌시아가의 모회사는 아시아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2.2% 증가했고, 매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국 '다이슨' 돌풍, 비싼 가격에도 중국에서 인기 최고
고가의 외국 브랜드 역시 여전히 중국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와 같은 분석은 글로벌 기업에 중국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중궈지진바오(中國基金報)는 영국 가전 브랜드 다이슨의 중국 매출 증가세에 주목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고가 가전제품'으로 꼽히는 다이슨의 총 이윤의 50%가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하고, 그중 중국 시장의 비중이 매우 크다. 2016년, 다이슨의 중국 영업수입 증가율은 244%에 달했고, 매출액은 57억 위안(약 9500억 원)에 달했다. 이후 2년 동안의 매출 증가율은 80%로 급락했지만, 연간 매출액은 줄곧 1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온라인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대형 온라인 판매 플랫폼 톈마오에서 다이슨 제품의 인기는 매우 높다. 지난해 솽스이(11월 11일) 판촉 행사 기간 출시된 다이슨 에어랩스타일러는 1초 만에 모든 물건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제품은 2018년 톈마오 100대 신제품 가운데 미용 기기 부분 1위를 차지했다.
◆ '명품 욕망' 중국인 자존심 꺾어,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 효과 강해
중국 매체들은 갖은 '굴욕'에도 중국 소비자들이 유명 명품 브랜드 구매를 선호하는 것은 쉽게 잊는 중국인의 '냄비근성'과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선호 때문으로 분석했다.
화쉰차이징은 쉽게 분노하고 또 쉽게 잊어버리는 중국인의 특성 때문에 중국 시장을 가볍게 여기는 일부 글로벌 브랜드들의 행태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격이 비싸면 좋은 물건으로 여기는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 역시 고가 외국 브랜드의 중국 매출 증가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품질 좋은 국산 제품 이용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경계심을 가져야 할 대목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한때 매출 급락으로 위기를 겪었던 중국 스포츠 용품 브랜드 리닝은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42%나 증가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