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장(戰場)에서 고기잡는 그물이 러시아의 공격 드론을 차단하는 임무를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첨단무기들이 판을 치는 현대전에서도 '원시적 수준'의 급조 장비가 뜻밖의 전과를 거둘 수 있는 사례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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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용 그물을 설치한 우크라이나 도로의 모습. [뉴욕타임스 캡처] |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달 동안 동부 돈바스 지역과 북동부 수미 지역의 최전선에서 주요 시설물이나 도로 등에 어망을 대대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도로 양 옆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고기잡이용 그물을 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도로를 따라 그물을 쭉 쳐 놓은 곳을 지나면 마치 그물로 만든 터널을 지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NYT는 "이 그물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전투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 위와 군 검문소, 포병 진지 위에 설치되고 있다"며 "이들의 목적은 하늘을 맴돌며 사실상 움직이는 모든 것을 공습하는 러시아 드론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공병부대 통신 책임자인 막심 크라브추크 중령은 "우리 공병들은 일반 어망으로도 적의 드론을 저지하거나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현재 동쪽에서 남쪽까지 전선 전체에 어망이 설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망을 전장에 투입한 것은 러시아가 먼저였다. 지난 2023년 중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북부 일부 점령지 도로에 어망을 설치해 우크라이나군의 소형 공격용 쿼드콥터에 대응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던 바흐무트 외곽에서도 어망이 설치된 장면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대대적인 드론 공습에 나서자 우크라이나군도 본격적으로 어망을 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NYT는 "우크라이나는 최전선 전체의 주요 도로를 그물로 덮고, '어망 도로'라고 불리는 곳을 차량이 안정하게 통행하게 할 계획"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 최전선의 지형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고 했다. 한때 참호와 철조망이 가득했던 도로가 이제 기둥에 엮인 그물망으로 뒤덮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기술전 전문가인 페데리코 보르사리는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오래전 것과 새로운 것이 섞인 분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전국으로 뻗어있는 주요 도로와 이곳을 이용하는 무기·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외 자선단체에 그물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스웨덴 비영리단체 오퍼레이션체인지(Operation Change)의 설립자 루드비히 라메스탐은 "올 들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250톤(t)의 그물을 제공했다"며 "덴마크처럼 대규모 어업 산업을 가진 북유럽 국가들의 파트너들로부터 그물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