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란저우 전통 국수 문전성시
종각점에 이어 최근 대치점 오픈
[서울=뉴스핌] 정산호 인턴기자 = 한국의 오랜 이웃인 중국. 한·중 수교 이후 적지 않은 중국인이 연예계 스타, 유학생, 사업가, 직장인 등의 신분으로 한국 사회에 정착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양국이 사드 갈등을 넘어 새로운 우호 협력관계를 지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 뉴스핌·월간ANDA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의 중국인들을 현장에서 만나 ‘한국의 중국인 Talk’ 기획 시리즈로 소개한다.
뉴스핌·월간ANDA는 ‘한국의 중국인 Talk’ 기획 인터뷰 시리즈 두번째 손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중국 전통의 맛과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며 당당하게 ‘미식 왕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샤오바오 우육면(小寶 牛肉面)’의 리쉰후(李勛虎) 대표를 모셨다.
샤오바오 우육면 점장 리쉰후 대표 [사진=주옥함 기자] |
리대표가 처음 요식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6년이다. 당시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니며 1년간 양꼬치 가게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나름대로 장사가 잘 되어 사업이 번창했지만 1년 뒤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지인에게 가게를 양도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를 위해 한국에 왔지만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리대표는 "저는 조선족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한족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국말을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르바이트 기간 5년 내내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는 이 기간동안 창업을 결심했고, 중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영등포에 양꼬치 가게를 오픈했다.
샤오바오 우육면 [사진=주옥함 기자] |
2008년에 개업한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리대표는 양꼬치 가게를 프랜차이즈로 전환하고 사업을 확장, 2017년 기준 전국 100여 개의 가맹점을 가진 대형 브랜드로 키워냈다. 한국 양꼬치 가게의 성공 경험은 그에게 중국전통의 맛이 한국에서 통한다는 확신을 가져다 주었다.
란저우 우육면 가게를 열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2017년 베트남 쌀국수를 처음 맛보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2017년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날 수십 명의 손님들이 어느 베트남 쌀국수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걸 봤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저도 그 줄에 서서 기다렸다가 처음 쌀국수를 먹어 봤죠."
그는 쌀국수를 먹으면서 2015년 중국 회족 자치구 인촨(銀川)에서 먹었던 란저우 우육면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쌀국수와 우육면 모두 국물을 내는데 한약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두 요리의 베이스가 아주 닮아있단 느낌을 받은 것.
"제 입맛에는 우육면이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더 맛이 있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가 한국에서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란저우 우육면도 분명히 한국에서 인기를 끌 것이란 생각이 들어 우육면 가게 오픈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
리대표는 이때부터 우육면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수시로 란저우를 오갔다고 한다. 지역의 맛집은 택시기사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 매일 택시를 타고 란저우에서 유명하다는 우육면 가게들을 전부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특징을 기록했다.
이렇게 우육면 가게를 탐방하면서 란저우에서 가장 유명한 우육면 브랜드인 모거우옌(磨溝沿) 창업자의 아들인 마푸하오(馬福豪)와 친분을 쌓게 됐다.
뽑아낸 면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리 대표 [사진=주옥함 기자] |
한국에서 우육면 가게를 열겠다며 레시피를 알려줄 곳을 찾아 백방으로 돌아다니던 리대표에게 어느 날 마푸하오가 자신의 우육면 가게 주방을 하루만 공개하겠다며 그를 초대했다. 다음날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챙겨 들고 주방을 찾아 모든 과정을 촬영하고 기록했지만 하루 만에 란저우 우육면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고 한다.
직원들과 함께 10번도 넘게 란저우를 오가면서 란저우 우육면에 대한 열의를 인정받은 리대표는 모거우옌 으로부터 우육면 레시피를 비롯해 면을 뽑아내는 방법과 조리법을 모두 전수 받았다. 리대표와 직원들은 한국땅에 중국의 전통 란저우 우육면을 소개하기 위해 일 년 반의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중국 전통 란저우 우육면 [사진=주옥함 기자] |
2017년 말 샤오바오 우육면 가게가 정식으로 오픈했다. 점포명은 리대표와 직원들이 고생해서 배워 온 우육면이 보물(寶)이라는 의미와 함께 양국 국민들이 우육면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에 귀염둥이라는 뜻이 담긴 샤오바오(小寶)라고 지었다.
그는 오픈 초기에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맛이 달라 고생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짠맛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 이 차이를 메우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최적의 염도를 찾아냈다고 한다.
중국 전통 방식의 란저우 우육면은 한국과 중국 손님들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으며 종각 본점의 경우 하루 평균 600그릇이 넘게 팔린다고 한다.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강남의 대치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가게 운영에 있어 그는 외부 광고나 영업에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항상 우육면의 맛을 유지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고 전했다. 최선을 다해 요리를 만들어야지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방송국에서 샤오바오 우육면에 대한 취재 요청을 해오는 일이 잦다고 리대표는 소개했다.
리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 한국에서 시작했던 양꼬치, 란저우 우육면에 이어 앞으로도 중국의 전통의 맛을 꾸준히 발굴해 한국에 소개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ch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