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부터 기술이전 및 글로벌 시장 공략 목표 설정
바이오 벤처 업계 투자 훈풍으로 투자 여력 확보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미국 현지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초기부터 미국 시장을 목표로 신약을 만들면서, 관련 경영전략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 제넥신·헬릭스미스 등 美 기업 인수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미국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제넥신은 올해 1월 중견제약사 한독과 손을 잡고 미국 바이오 기업 레졸루트(Rezolute, Inc)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한독과 제넥신은 50대 50 비율로, 레졸루트에 25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총 54%를 확보했다.
회사는 레졸루트가 쌓아온 바이오의약품들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제넥신은 지난달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 SCM생명과학과 미국 바이오텍 회사인 아르고스 테라퓨틱스(Argos Therapeutics·이하 아르고스)를 125억원에 인수했다. 두 회사는 새로 인수한 회사의 이름은 코이뮨(CoImmune)으로, 미국 내 독립법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두 회사는 약 1858㎡규모의 아르고스의 우수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기준(cGMP) 설비를 확보했다. 제넥신과 SCM생명과학은 미래 경영전략을 함께 수립할 예정이다.
지난 27일 '헬릭스미스(Helixmith)'로 사명을 바꾼 바이로메드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DNA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인수 방식은 바이로메드와 사모펀드 운용사가 합작법인을 세워 자산을 매입하는 형태다.
이 시설은 500ℓ 규모의 생산탱크를 갖추고 있고, 세포배양실 등 바이오의약품 연구와 제조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이 시설을 통해 플라스미드 DNA 의약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 "해외 시장 타겟 신약 만들자"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러한 인수·합병(M&A) 사례가 흔치 않았다. 국내 제약 산업 내에서 M&A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데다가 M&A 없이도 성장하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신약개발 전략이 변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신약 상용화'를 목표로 뒀다. 최근 업체들은 해외 기술이전이나 세계 시장 공략 등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신약 개발 초기부터 타겟을 해외시장으로 잡고 있다"며 "해외 시장에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현지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맞는 생산시설을 한번에 확보할 수 있다. 현지 임상 시험을 위한 인프라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기업을 인수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인수를 통해 생산시설 등을 확보했다.
바이오 벤처 업계에 투자 훈풍도 이러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벤처캐피탈(VC)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면서 주머니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VC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8417억원을 기록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