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로 잘 알려진 미국 건축가 I.M 페이(1917~2019)가 수집한 미술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크리스티 경매는 오는 11, 12월 뉴욕과 홍콩, 파리에서 페이가 수십여 년에 걸쳐 컬렉션한 미술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1983년 건축계 최고의 영예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I.M 페이는 올 봄 세상을 떠났을 때 72년간의 결혼생활을 영위하며 아내인 에일린(Eileen)과 함께 괄목할만한 아트컬렉션을 남겼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MIT와 하버드대학원을 졸업한 페이는 독일 바우하우스예술의 거장 발터 그로피우스 문하에서 수련한 후 건축사에 길이 남을만한 다양한 작품을 디자인했다. 1993년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를 비롯해 홍콩을 대표하는 건축 중 하나인 ‘차이나뱅크 타워’, 미국 워싱턴DC 내셔널갤러리의 ‘이스트빌딩’ 등을 설계했다. 또한 일본 교토의 ‘미호 뮤지엄’(1997), 카타르 도하의 ‘이슬람 뮤지엄’(2008)도 그의 작품이다.
I.M 페이가 루브르박물관 의뢰로 1993년에 세운 유리피라미드. [사진=서진수] |
오늘날 루브르박물관의 또다른 아이콘으로 꼽히는 유리와 금속으로 된 페이의 피라미드는 처음 세워졌을 때만 해도 반대가 매우 극심했다. 건축가는 훗날 인터뷰에서 “당시 파리 거리를 걷다 보면 분노에 찬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 이후 어떤 프로젝트도 그리 어렵지않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프랑스의 클래식한 르네상스 건축에, 모더니즘 건축을 과감하게 대입시킨 유리피라미드는 여전히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랜 세월과 새로운 것의 놀라운 결합’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건축가 I.M 페이가 수집한 장 드뷔페의 ‘Wheelbarrow’. 1964. [사진=크리스티] |
페이는 생전에 세계적인 미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작품을 꾸준히 수집했다. 이번에 크리스티 경매에는 페이가 남긴 아트컬렉션 중 대표작에 해당되는 59점이 선별됐다. 그 중에는 바넷 뉴먼, 장 드뷔페, 자오우키 등의 걸작 회화가 포함됐다. 크리스티는 경매에 앞서 작품을 파리, 로스앤젤레스, 홍콩 등지에서 프리뷰 전시를 통해 미리 선보인다. 이번 페이 컬렉션의 낙찰 총액은 약 2500만달러(약 303억 원)로 추정되고 있다.
경매 위탁작품 중에는 페이와 절친한 사이였던 바넷 뉴먼의 색면 캔버스 2점이 하이라이트에 해당된다. ‘무제4’와 ‘무제5’라는 제목의 뉴먼의 회화는 1950년대 제작된 것으로, 작가 특유의 개성이 돋보이는 미니멀한 색면 추상화다. 크리스티측은 이 작품에 각각 800만달러와 500만달러의 추정가를 매겼다.
건축가 I.M 페이가 수집한 자오우키의 ’27.3.70’ 1970. [사진=크리스티] |
또한 오는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나올 자오우키의 1970년작 추상화 ‘27.3.70’의 추정가는 4800만홍콩달러(미화 610만달러)에 이른다. 이밖에 페이가 남긴 컬렉션 중에는 헨리 무어, 이사무 노구치, 프란츠 클라인, 빌렘 드 쿠닝의 조각과 회화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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