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에이즈 비율 90%...항문성교에 따른 동성애가 원인"
최근 10년, '이성 간 성접촉' 에이즈 감염이 더 많아
"에이즈·동성애 논란 부적절...편견 없는 인식 필요"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세계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날이 32회째를 맞이한 가운데 에이즈와 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이 또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동성애와 에이즈 발병 원인에 대한 논란은 에이즈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 남성 에이즈 비율 90%...동성애가 원인?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이 군에서 항문 성교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되고 있는데 그걸 조장하는 것이 동성애 아닌가"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각에서는 에이즈 발병의 주요 원인을 남성 간 항문 성교 등에 따른 '성접촉'이라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하는 'HIV/AIDS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새롭게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 1206명 중 1100명(91%)은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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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동성애 동성혼 반대 국민연합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동성애 옹호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2019.03.19 kilroy023@newspim.com |
반면 지난해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은 106명으로 비율은 7.8%에 그쳤다. 여성 에이즈 감염자 비율이 10%를 넘긴 사례는 최근 10년 동안 없었다.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은 1995년 이후 보고된 바 없으며 수혈로 인한 감염은 2006년 이후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에이즈 감염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잘못된 방식의 동성 간 성접촉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이 의원처럼 동성애 자체가 에이즈 발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성소수자들과의 대립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등 일부 기독교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규정한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지향'을 문제삼으며 "남성 간 성행위로 인하여 난치병인 에이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언론기관으로 하여금 동성애와 에이즈와의 연관성을 발표하거나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역차별로 동성애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이성 간 성접촉'에 따른 에이즈 감염 사례가 더 많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동성애가 에이즈 발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2018년 새롭게 에이즈에 감염된 내국인 945명 중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을 했다'고 답한 사람은 374명에 불과했다. '이성 간 성접촉을 했다'고 답한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은 392명이었다.
최근 10년인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통계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매년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보고되는 사람들 가운데 이성 간 성접촉을 한 사람은 언제나 동성 간 성접촉을 한 사람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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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질병관리본부] |
그럼에도 에이즈 발병 원인이 동성애라고 주장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장은 "에이즈 발병 원인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국회의원이나 기독교인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라며 "이런 사람들은 동성애가 에이즈 발병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절대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모든 사람들이 에이즈에 감염된다"며 "그럼에도 동성애를 (에이즈 발병) 원인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에이즈·동성애 논란, 질병 차단·치료에 바람직하지 않아"
일부 전문가들은 남성 에이즈 환자 숫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동성애=에이즈'라는 공식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남성 에이즈 환자가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성적 활동이 왕성하거나 개방적이라는 것 등이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동성애가 원인이라는 분석은 성적 편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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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뉴스핌] 오정근 기자 = '제32회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순천대학교와 웃장 일원에서 대학생과 중‧고 청소년,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펼쳤다.[사진=순천시] 2019.11.29 jk2340@newspim.com |
오히려 이런 논란이 에이즈에 대한 편견·혐오감을 일으켜 에이즈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늘어나면 감염인이 감염 여부를 노출시키는 게 예민해져 오히려 치료를 안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즈 전파 차단이나 감염 치료 지원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편견 없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