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심판론 거세지만...젊은층 변수
대구·구미에서는 이미 민주당 깃발 꽂히기도
[대구=뉴스핌] 황선중 기자 = 4·15 총선을 앞두고 대표적인 '보수텃밭'으로 유명한 대구·경북(TK) 민심이 다시금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불만을 느끼는 TK의 중장년층은 보수의 새로운 시작을 염원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TK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의 시장 자리가 더불어민주당에게 넘어간 것은 TK 민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역 시민들은 "더이상 TK는 보수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뉴스핌] 황선중 기자 = 지난 4일 오후 찾은 대구 달서구 대동시장. 일반적으로 저녁장을 보려는 주부들로 붐비는 시간대지만 이날 찾은 시장 골목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2020.02.04 sunjay@newspim.com |
◆ "문재인 정권 들어서고 시장이 싹 죽었다카이"
지난 4일 오후 찾은 대구 달서구 대동시장. 일반적으로 저녁 장을 보려는 주부들로 붐비는 시간대지만 이날 찾은 시장 골목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은 모습이었다.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도 여럿 있었다. 마치 오랜 기간 장사를 하지 않을 것처럼 천막을 쳐놓은 가게도 있었다. 불빛을 잃은 시장에선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50년 전통이라는 한 매운탕 집에 들어서니 60대 여주인은 "시장에 손님이 한 3~4년 전부터 뚝 끊기기 시작했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정도로 번다"고 힘없이 말했다.
저녁거리를 사러 왔다는 유병춘(71) 씨는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괴상한 정책을 펼쳐서 대구 경제가 엉망이 됐다"며 "이것은 지역주의가 아니라 정책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중장년층 시민 대다수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보수의 승리를 기대하는 모양새였다. 윤영희(69) 씨는 "대구가 보수의 자존심인 만큼 이번에도 힘을 실어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였다. 인근 공원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킨 유승민과 다시 뭉친다면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 20·30세대 보수 이탈 현상 가속화
다만 젊은 세대의 생각은 중장년층과 확연히 달랐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직장인 고모(28) 씨는 "요즘 청와대의 모습에 실망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위선적이라고 하지만 '악'보다는 '위선'이 낫다"고 설명했다.
대구의 한 커피숍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혜선(27) 씨는 '보수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무리 대구라도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 같다"며 "특히 내 주변에서는 민주당 말고도 바른미래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당선자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06.22 kilroy023@newspim.com |
TK 민심의 보수 이탈 현상은 외지인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산업단지가 발달한 구미의 외지인 비율은 전체 주민의 83%에 육박한다. 구미가 고향인 본토박이는 17%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구미시장 자리까지 민주당에 내줬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충격도 더 컸다.
지난 제20대 총선에서도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대구 수성구갑에서 김문수 당시 한국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어느 후보에게도 관심이 없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구미 인동시장에서 만난 최선애(37) 씨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고 사람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면서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아서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유경자(77) 씨는 "투표는 하겠지만 관심은 없다. 정치인들도 이제는 시장에 얼굴도 안 비치는 것 같다"며 "한국당을 뽑아 왔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누가 당선되든 늘 똑같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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