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회복 안되면 원금손실 80~90%까지 이를 것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이 마이너스(-)로 폭락하면서 유가 연계 파생상품(DLS)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 선물 연계 DLS 상품의 미상환잔액은 9236억원이다. 이 중 손실 발생점에 도달한 상품은 4156억원으로 추정된다. 브렌트유 연계 상품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WTI선물 연계 DLS의 녹인레벨별 발행금액/미상환잔액[자료=예탁결제원] |
지난 20일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5월분 WTI는 -37.63달러로 급락했다가 다음날 가까스로 플러스(+)로 반등했다. WTI 6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8.86달러(43.4%) 추락한 배럴당 11.57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6월물은 6.24달러(24%) 내린 19.33달러로 체결됐다.
유가 급락은 코로나19에 따른 국제 수요 감소와 5월 선물 만기일이 겹친데 기인한다. 산업생산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더욱이 상업적 수단으로 5월물을 사뒀던 거래참여자들이 6월물로 옮겨타기(롤오버)를 시도하면서 유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DLS 상품은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지점(녹인 배리어)을 녹인레벨 45~50%로 두고 있다. 21일 기준 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둔 미상환액 9236억원 중 녹인레벨이 50%이상인 DLS 미상환잔액은 4156억원이다.
DLS 상품의 특징상 만기 전 녹인 배리어에 한번이라도 도달하게 되면 원금 손실이 나게된다. 보통 선물가격이 50%까지 떨어지지 않은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어 평소엔 위험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최근 유가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DLS 리스크도 덩달아 높아지게 됐다. 예를 들어, 유가가 50달러일 때 50% 녹인 배리어를 설정한 DLS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2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투자금이 반토막 나게 된 셈이다. 만기시까지 유가가 25달러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원금 손실은 80~90%에 이를 수 있다.
석유 감산합의에도 유가 하방압력은 여전하다.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에 해당하는 원유 감산안을 발표했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타이트오일 기업은 단기적으로 생산량을 유지해 현금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OPEC+가 지난 4월 회의에서 6월 추가 감산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6월 전까지 긴급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