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우량채 매입에 20조원 이상 투입
"회사채 시장 활성화" 채권시장 정상화 기대
BBB급 회사채도 직간접 숨통, 자금난 해소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정부가 비우량채 매입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저신용등급 기업들의 자금확보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 22일 정부는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하고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우량채 매입 프로그램을 신설해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에 20조원을 지원하고, 프라미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도 5조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0.04.22 dlsgur9757@newspim.com |
24일 금융권에서는 비우량채 매입 프로그램으로 A등급 이하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기존 지원정책의 혜택을 받기 어렵던 BBB등급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전체 회사채 시장도 활성화 될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서는 AAA~BBB까지가 '투자등급'으로 분류되며, 해당 채권들은 투자자들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A등급 이하 기업들은 채권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반면 앞서 정부가 내놓은 지원대책은 AA- 등급 윗단인 우량기업 위주여서, 시장 관계자들은 하위등급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비우량채 매입은 저신용등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저신용등급 기업들에 실질적인 지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날 김민정 한화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 BBB등급 기업까지 회사채 발행시장에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AA등급도 스프레드가 확대(회사채 발행비용 상승)되던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A등급과 이하 기업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특히 금융위원회에서 회사채 가격안정까지 언급한 만큼 해당 기업의 조달비용 경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한국은행의 특수목적기구(SPV) 설립까지 언급하면서 저신용기업 지원의지를 밝힌 만큼 BBB등급 기업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일 정부가 발표한 7대 기간산업(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에 해당하는 저신용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5~6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해당 BBB등급 기업은 ▲ 한진(BBB+) ▲ 두산중공업(BBB0) ▲ 화승알앤에이(BBB-) ▲ SK해운(BBB+) 등이다.
지난 3월부터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회사채·CP 차환발행 프로그램 ▲회사채 신속인수제 ▲P-CBO 등을 발표해 기업의 채권발행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량등급과 비우량등급 기업의 자금조달 격차가 여전히 크며, A등급 이하 기업은 발행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채안펀드는 우량 회사채 발행 흥행 등으로 1차 조성자금 3조원도 다 소진하지 않은 상태다. 회사채·CP 차환발행 프로그램의 경우, A등급 이상 기업에 지원이 몰리면서 BBB등급 기업들은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아직 협의체 구성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은 중견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개별기업 한도가 100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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