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본, 중화항체 형성 확인했지만 표본 적어
영국·스웨덴서 집단면역 실험 실패...국내서도 대구·경북 대상 조사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에게서 중화항체가 형성돼 회복 후 일정기간 재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중화항체 생성 후에도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 인구 60% 이상 감염돼 면역력을 획득하는 집단면역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돌기) 입체 모형. 이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입해 감염시킬 수 있게 한다. [사진=NIH] |
◆ 중화항체 생성됐지만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환자가 감염 후 회복돼 항체가 형성된 뒤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있는지 분석시험을 실시하고 지난 22일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시험을 실시한 결과, 감염 후 모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체내에서 특이항체가 생성돼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중화하고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
때문에 중화항체가 생성됐다는 것은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25명 중 48%에 해당하는 12명은 중화항체가 형성된 뒤에도 호흡기에서 검체를 채취한 결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 중화항체가 형성되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감염병과 달리, 코로나19는 중화항체 형성 후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다만 이들 12명에 대해 바이러스 배양 검사 결과에서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남아 있더라도 배양 또는 분리되지 않아 타인을 감염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 유럽서 실패한 집단면역...한국에서는 가능할까
국내 중화항체 검사에서는 검사자 모두에게 항체가 형성됐지만, 해외의 사례는 다르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집단면역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에서 면역을 가진 개체가 늘어나 해당 집단 전체가 면역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집단면역은 대부분 백신 접종을 통해 발생하며, 코로나19처럼 백신이 없는 경우 자연감염으로 항체가 생성돼 면역력을 갖는 방법도 있어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감염 후에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은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과 스웨덴은 전 국민 60% 이상이 감염돼 면역력을 갖는 집단면역을 실시했지만 감염자가 대폭 늘어나며,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네덜란드 역시 집단면역 방식을 시도했지만 감염자 중 항체 형성 비율은 2~3%에 불과해 실패했다.
미국도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 카운티 주민을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실시했지만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주민은 3%에 그쳤다.
이에 국내에서도 이번 중화항체 형성 검사결과의 표본이 적은 만큼, 보다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항체 형성률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코로나19 항체는 3~14%의 형성률을 보이고 있다"며 "신종 감염병이다보니 항체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지, 방어력이 있는지, 지속기간을 얼마나 되는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대구와 경북지역처럼 광범위한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난 곳을 대상으로 항체 형성률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자연감염이나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높이지 않고 가을, 겨울을 맞게 됐을 때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한다면 대부분 국민이 면역을 갖고 있지 않아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