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최근 건설업계에서 내구성과 가변성이 뛰어난 '장수명 주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주택의 평균 수명은 약 27년으로 미국 71년, 프랑스 80년, 독일 121년, 영국 128년 등 다른 선진국들보다 매우 짧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택의 평균 수명이 선진국에 비해 짧은 것은 콘크리트 건물의 내구 연한도 문제지만 주택형태 대부분이 '벽식 구조'라서다. 각종 배선과 배관이 콘크리트 내부에 매립돼 건물 관리가 쉽지 않아 노후화가 빨라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장수명 주택은 콘크리트의 강도를 높이거나 철근의 피복두께를 두껍게 하는 등 콘크리트의 품질을 높임으로써 내구성이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택에 걸리는 하중을 벽체에 의존하는 기존 벽식 구조 방식이 아닌 하중 전체를 기둥으로 지탱할 수 있는 '기둥식 구조'를 적용해 가변성이 좋고 수리가 쉽다.
기둥식 구조의 장점은 또 있다. 벽식 구조가 기둥 없이 벽이 천장을 지지하는 형태로 위층의 바닥 소음이 벽을 타고 아래로 전달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큰 반면, 기둥식 구조는 바닥에서 전달되는 소음이 기둥을 타고 전달되어 벽식구조 대비 소음전달이 적다. 설비 배수관을 슬라브 위에서 처리하는 층상배관 공법을 함께 적용 시 생활소음 차단 효과 또한 배가시킬 수 있다.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서 재건축 사유로 꼽는 이유 중 하나가 '노후 배관의 녹물'이다. 장수명 주택은 수도·전기 배관의 수리 용이성으로 노후배관의 점검 및 교체가 쉽다. 또한 기존 온돌방식인 습식온돌 방식은 난방배관이 시멘트 바닥 속에 있어 배관수리 시 바닥을 모두 드러내야 하는 반면, 건식온돌 방식은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아 수리 시 배관교체가 습식온돌 방식보다 쉽다.
이와 같이 장수명 주택의 여러 장점이 부각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주거업계에서 대세로 자리잡지 못한 것은 초기 원가 부담이 커서다. 국토교통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수명 주택 공사비는 비장수명 주택 대비 약 3~6% 수준의 공사비용이 증가된다고 나타났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고급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에만 기둥식 구조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초기 건설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에 따르면 100년간의 생애주기비용(LCC)은 비장수명 대비 11~18%의 절감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철거와 재건축 횟수를 줄임으로써 온실가스는 17%, 건설폐기물은 85% 절감이 가능하여, 환경·사회적인 비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장수명 주택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정부는 2014년 12월부터 장수명 주택의 인증제도를 시행하여 1000가구 이상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장수명 주택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또 장수명 주택 우수 등급 이상을 취득할 경우 건폐율과 용적률을 10% 안에서 늘려주어 장수명 주택 건설을 유도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아파트에서 장수명 주택 우수등급 이상 인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나 건설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우수등급 이상 10% 용적율 인센티브를 통한 장수명 주택 유도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장수명 주택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추가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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