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에 중저가 단지 수요 몰려…초고가 아파트 보유세 부담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한강 이북 아파트값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 이남 아파트값 상승률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란과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부담으로 강북 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3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한강 이북 14개 구 아파트값은 평균 12.79%의 상승률을 보였다. 한강 이남 11개 구 평균 상승률인 10.56%보다 2.2%포인트(p) 높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았지만, 올 한 해 서울 강북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강남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및 전국 아파트값 연간 변동률 추이 2020.12.03 sungsoo@newspim.com |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강남4구 아파트 매맷값은 전년대비 18.40% 하락했다. 서울 전체(-10.07%)의 약 2배, 전국 평균(-4.64%)의 4배에 이르는 하락률이다.
지난 3월까지는 강남 아파트값이 강북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하지만 4월부터 역전되기 시작했다. 부동산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 1일)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 종료일(6월 30일)을 앞두고 강남 고가 아파트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강북 아파트는 매수세가 점차 급증했다. 지난 6월부터 서울 30대 이하 젊은층이 대거 '패닉바잉'에 나서면서 중저가 아파트 매수가 늘어났다. 이어 지난 8월부터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여파로 전세대란이 시작됐고, 강북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했다.
강북 아파트는 강남 아파트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서 전세를 끼고 매매할 경우 자금 부담이 적다. 또한 강북 아파트는 강남 아파트보다 가격대가 낮아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
이에 따라 자금여력이 적은 젊은층이나 전세매물을 못 찾은 전세입자 등이 강북 아파트에 몰리게 된 것이다. 특히 청약시장에서 낮은 가점으로 당첨되기 힘든 젊은층으로서는 강북 중저가 단지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들은 가격대로 봤을 때 전세난민들이 전셋값에서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살 수 있는 곳이어서 매매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 초고가 주택은 앞으로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보유자는 종부세가 작년 191만1240원에서 올해 349만734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는 만 59세, 만 5년 미만 보유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액공제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다. 내년 종부세는 713만7270원으로 또 2배 증가하며, 2022년에는 1010만7936원으로 1000만원을 넘게 된다. 부동산을 팔아서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보유한 것 만으로도 1년에 세금을 1000만원 내야 하는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적은 강북 중저가 단지에 관심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빨라서 강남권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클 것"이라며 "세제상 불리한 중대형, 초고가 주택보다는 중소형, 중저가 주택에 실거주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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