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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도심 한복판에서 '한복'을 입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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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배우 김소현이 한복을 입은 사진을 SNS 공개하자 댓글에는 "중국 전통문화를 홍보해줘서 감사하다", "중국 전통 의상을 사랑해줘서 고맙다. 한푸(漢服·명나라 전통 의상)는 아름답다"라는 중국인들의 댓글이 달렸다.

어릴 때부터 한복은 우리나라 전통 의상이라고 배웠고,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당연한 사실이었다. '중국에선 사람 빼곤 모두 짝퉁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만 있는 사실까지 부정하리란 생각은 못했다.

광주 서구 치평동 버스정류장에서 노선을 살펴보고 있다. 옛날사람이라 버스는 처음 타보는 컨셉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0 kh10890@newspim.com

댓글을 보고 화가 나기보단 그냥 멍해졌다. 한복이 전통 의상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내가 한복을 입어본 적은 있는지. 한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누군가 물었을 때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색동한복을 입었던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한복을 대여하려고 보니 광주에선 결혼식 때문에 대여해주는 곳 외에는 마땅히 빌릴 곳이 없어서 당근마켓(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했다.

한복은 어릴 때 이후 처음이니 기왕 사는거 취향에 맞게 잘 사고 싶었다. 분홍색의 저고리에 남색 배자, 독립투사를 연상시키는 검정 두루마기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 사람들의 시선에 자리를 피했다

생각보다 얇아 보여서 춥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따뜻했다. 여러 한복이 있었는데 이게 제일 내 취향에 맞았다.[사진=거래화면 캡쳐] 2021.03.10 kh10890@newspim.com

판매자에게 한복 구매 문의를 하니 "결혼하세요?"라는 대답이 먼저 돌아왔다. 판매자에게 기사 취지를 설명하자 그는 자신도 결혼식 때문에 한복을 맞춘거라 다들 결혼식 때만 입는줄 알았다고 했다.

명절도 아니고, 한옥마을도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한복을 입는 것은 처음이니 집 근처부터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도 한복 판매자처럼 결혼하냐고 물었다. 괜스레 심장이 쿵쿵거려 '전통 의상은 부끄러운게 아니야'라고 자기 암시를 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저 걷고만 있을 뿐인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옆을 지나던 한 커플은 "요즘 도를 아십니까는 한복 입고 돌아다니네"라고 수근거렸다.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니 부끄러워져서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 시선에 '익숙'...적응하니 편했다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던 이들은 대놓고 뚫어져라 쳐다봐서 민망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0 kh10890@newspim.com

한복을 입고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3일(6~8일)을 보냈다. 예상대로 밖에 나오자마자 시선이 쏠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도, 산책하던 동네 어르신도, 식당 직원도, 등교하던 학생들도 대놓고 빤히 쳐다봤다. '도를 아십니까', '결혼식', '연극 배우' 등 일상복이 아닌 어떤 이유가 분명해서 입는 옷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길에서 만난 행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쳐다봤다. 민망하고 위축됐다. 못입을 옷이라도 입고 나온 기분이 들어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의 시선에 적응이 좀 됐다. 편한 건 아니고, 수근거림에 적응됐다. 한복은 촌스럽고 양복은 우아한 것이라 여겨지는 듯 했다. 시선의 쏠림에서 조금만 벗어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사이즈가 조금 큰 감이 있었지만 츄리닝보다 맨들맨들한 재질에 통풍은 잘 되면서도 보온감은 유지됐다.

한복을 입으니 왠지 뒷짐을 지고 걸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멋있을 것 같아서 [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0 kh10890@newspim.com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한복엔 주머니가 없어서, 스마트폰과 지갑을 손에 들어야 했다. 한복을 입으니 나도 모르게 뒷짐을 지고 걸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무심코 주머니 쪽에 손을 찔러 넣으려다, 허전하단 걸 깨달았다. 적응하는 데엔 시간이 좀 필요했다.

◆ 야 너두? 야 나두!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내 한복이 제일 눈에 덜 띄었다. 참고로 기자 옆에 지나가는 아리따운 한복을 입은 이들은 남자다. 예..예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0 kh10890@newspim.com

체험 둘째 날에는 전주 한옥마을에 갔다.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점심쯤 도착한 한옥마을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개량한복을 입고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외국인도 한복을 입고, 남자가 여자 한복을 입기도 하는 등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걸을 때 시선이 쏠렸던 내 한복도 이곳에선 가장 수수한 한복이었다.

너도 한복, 나도 한복. 모두가 한복을 입은 거리에선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나도 이쁜 한복 입어보고 싶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0 kh10890@newspim.com

한옥마을을 벗어나 가족들과 외식하러 가던 중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모아졌다. 어머니는 "사람들이 왜 자꾸 쳐다보는거지. 이 생각했는데 내가 아니라 너를 쳐다본거였구만"이라며 떨어져서 걸으라고 했다.

◆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죠"

일상에서 한복을 입고 지내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한복'을 검색하니 생활한복·전통한복·개량한복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한복을 입는 이유들을 물어봤다.

한 여성 A씨는 "예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결혼식장에서나 보는 한복이 아쉬웠다"며 "예전엔 생활복으로 입던 한복이 고급원단으로만 생산 소비되는게 신경 쓰였는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지 일상한복을 만들어 파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하나씩 사입고 있다"고 했다.

일상에서 한복을 입고 지내는 이들이 보내온 사진 중 일부. 해외로 이민가서도 한복을 잊지 않고 입는 이들도 있었고, 한복이 예뻐서, 우리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입는 사람도 있었다. 사연은 다양하지만 결국 '우리 것'이라서 입는거였다.[사진=독자 제공] 2021.03.10 kh10890@newspim.com

B씨는 한복 고유의 단아함이 느껴져서 좋다. 특별한 날이나 명절에 입던 것이 아닌 지금은 일상으로 쉽게 입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한복 고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입는다고 했다.

역사적 이유로 한복을 입는 이도 있었다. C씨는 "중국의 한푸가 한복의 원조라고 우기는 것을 보고 가슴 속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어서 한복을 구매하게 됐다"며 "독도가 우리 땅인건 우리나라 사람 모두 다 알지만 일본이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한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우리 것을 지켜내지 않으면 가짜가 진짜를 빼앗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복유튜버 장진아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좋아했다"며 "사정상 외국에도 자주 가게 됐는데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가볍게 유카타나 기모노를 입고, 중국에서는 치파오를 평상복으로도 입고, 베트남에서는 아오자이를 생활복으로도 입고 모습을 접했는데 한국만 유독 명절에도 심지어 결혼식에서 조차도 잘 안입는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장씨는 치파오보다도 편안한게 한복이고, 기모노보다도 입기 쉬운게 한복인데 왜 안입을까 평소에 생각하다가 자신부터 평소에 잘 입어보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장씨가 한복을 입은 모습이 SNS에서 알려지고 사람들이 신기해 했던 모습이 오히려 이상했다고 했다.

왜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옷을 입는데 한국인들이 되려 신기하게 볼까. 이런 대중적인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복유튜버를 시작했다고 했다.

한복을 입게 된 계기는 서로 달랐지만 바라는 점은 같았다. 일상 속 어디서 한복을 입어도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진은 한복 입고 비빔밥 먹는 전 기자. 비빔밥 나오기도 전에 반찬을 다 먹어버렸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0 kh10890@newspim.com

장씨는 "중국이 한복이 한푸라고 주장하는 것까지 보면서 더더욱 한복을 일상에서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경복궁에서 입는 한복보다 강남 홍대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인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변화는 이들로 그치지 않았다. 낭만의 상징이자 불편함의 상징이기도 했던 '교복'을 한복으로 바꾸는 학교도 11개 시·도 중 22개 학교가 교복을 한복으로 선정했다. 생활한복형 체육복은 학생들한테도 반응이 좋다고 했다.

무작정 우리 전통이니 우리가 계승해야 된다는 것은 자칫 고리타분하고 그저 오래된 것을 유지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먼 훗날 당당히 우리 것이라 말할 수 있는 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양복을 입는 것 만큼 한복 입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화하기를.[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0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3일 간 체험이 끝난 뒤 셔츠를 입고 외출을 했다. 요즘 부쩍 살이 찐 탓에 단추가 금방이라도 튕겨져 나갈 것 같았다. 한복을 입었을 땐 못느꼈던 핏(fit)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단추가 '뿅'하고 탈출할 것 같은 핏의 셔츠보다 나풀나풀한 한복에 더 신기하기도 이상하다는 듯한 시선을 쏟았다.

어느덧 시선을 즐기게 된 경지에 이르자 체험이 끝난 이후에도 한복을 입고 외출을 나가고 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한복을 입어본 사람들은 얼마나 편한 옷인지 알거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시라. 분명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던 선생님이 계셨을거다. 옷이 없어서 입은줄 알았는데 정말 편해서 입으셨을거다. 장담컨데 입어본 사람만이 안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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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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