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500년 전 백제 시대 '금동신발'이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고창 봉덕리 1호분과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백제시대 '금동신발' 2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고창 봉덕리 1호분 출토 금동신발은 1500여년 전 한국 고대인들의 상장례 문화를,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5~6세기 백제 금속공예 기술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고창 봉덕리 1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사진=문화재청] 2021.04.21 89hklee@newspim.com |
둘 다 각각 한 쌍으로 출토된 이들 금동신발들은 모두 백제 5세기에 제작됐으며 삼국 시대 고분 출토 금동신발 중 가장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보기 드문 사례다. 그동안 삼국 시대 고분 출토 유물 중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은 국보나 보물로 상당수 지정됐지만, '금동신발'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동신발은 고구려‧백제‧신라‧가야 등 삼국 시대 유적에서만 발견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고대 금속공예품 중 하나다. 비슷한 시기의 중국 유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일본의 고분에서는 유사한 형태의 신발이 출토된 사례가 있으나, 이는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다.
고창 봉덕리 1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은 재까지 백제 시대 고분에서 나온 약 19점의 금동신발 중 가장 완벽한 형태다.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과 비교했을 때 어자무늬(魚子文, 물고기 알 문양) 등 삼국 시대 초기 문양이 확인돼 시기적으로 앞서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무령왕릉의 왕과 왕비의 신발과 마찬가지로 바닥판과 좌우측판, 발목깃판으로 구성되고 바닥에 징(스파이크)을 박은 백제 금동신발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백제의 중앙 권력자가 제작해 왕의 힘을 과시하고 지방 수장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지방 유력 지배층에게 내려준 '위세품'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사진=문화재청] 2021.04.21 89hklee@newspim.com |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2014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것이다. 정촌고분은 1500여년 전 백제·마한문화를 가장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고분이면서 도굴 피해를 당하지 않아 매장의 원형을 알 수 있어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무덤이다.
정촌고분 1호 석실 제3목관에서 발견된 금동신발은 좌우 신발 한 쌍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완벽한 모습으로 출토됐으며 특히 발등 부분에 부착된 용머리 장식은 현존 삼국 시대 금동신발 중 유일한 사례로 주목받아왔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의 최근 과학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발의 주인은 40대 여성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동신발은 형태와 제작기법, 문양 등에서 고창 봉덕리 출토 금동신발과 매우 유사하다. 얇은 금동판 4장으로 바닥판과 좌우 옆면판, 발목깃판을 만들어 서로 작은 못으로 연결했고 문양을 투각해 세부를 선으로 묘사한 방식 등 고대 금속공예 기법이 잘 반영돼 있다. 아울러 육각문, 용문, 인면조신(人面鳥身), 괴수문, 연화문 등 사후영생(死後永生)을 기원한 고대인들의 사후세계관이 반영된 듯한 다양한 문양이 정교하고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 조형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장성 백양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사진=문화재청] 2021.04.21 89hklee@newspim.com |
한편 이번에 금동신발 2점 외에 지정된 보물도 있다. '장성 백양사 아미타여래설법도 및 복장유물'로 호남을 대표하는 고찰 백양사에서 300년 넘게 전래된 불교문화재다. 1994년 9월 도난됐으나 2006년 9월 지금의 제자리로 환수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본존 아미타불이 여러 제자들에게 불교의 교리를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1775년(영조 51) 백양사 극락전 아미타불상을 중수하면서 새롭게 조성한 불화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고창 봉덕리 1호분 출토 금동신발' 등 3건에 대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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