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반체제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비행 중인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켜 국제 사회로부터 규탄을 받고 있다. 미 국무부가 "충격적 사건"이라는 성명을 내는 등 서방 국가들은 이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항공기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강제 착륙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객기에는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러만 프라타세비치가 탑승하고 있었다.
여객기의 강제착륙은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라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지시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라타세비치는 벨라루스 내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는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를 만든 인물로, 루카셴코 정권의 대표적인 반대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강제착륙 당한 여객기는 프라타세비치를 포함해 총 171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리투아니아 국경에 도달한 직후 벨라루스 측으로부터 '잠재적인 보안 위협'을 이유로 민스크로 회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여객기에서 프라타세비치는 체포돼 하선했고 수 시간 뒤 이 여객기는 다시 이륙해 리투아니아로 향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 명의 성명을 내고 "이는 충격적인 행위이며 미국 시민을 포함한 승객 120여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규탄했다. 또 미 국무부는 "독립 언론은 법치를 지지하는 중요한 기둥이자 민주사회의 필수적인 요소다"라며 체포된 언론인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벨라루스는 부정 선거 논란이 일어나면서 반체제 시위에 휩싸이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6선에 성공했다.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을 놓고 미 의회와 북대서양기구(NATO)는 물론 그리스와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우르술라 폰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강제착륙은 수긍하기 힘든 사건"이라며 "이같은 국제항공규칙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마땅한 댓가가 따를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벨라루스 민스키에 강제 착륙된 라이언에어 항공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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