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부감사할 청렴시민감사관 규정 행정예고
금융위 출신 위촉제한 규정 無…기간 등 보완해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과거 유재수 전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적발로 청렴도에 적신호가 켜진 금융위원회가 사건 2년여 만에 외부 감사를 제도화했다. 금융위 출신 인사가 외부 감사를 맡을 시민감사관에 위촉될 가능성이 짙어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청렴시민감사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지난 1일 행정예고 했다. 해당 규정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달 중순 이후 시행된다. 유재수 전 국장이 관련 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뇌물을 수수하는 등 의혹이 2019년 불거졌으나 당시 금융위가 이같은 비위의혹을 사전에 적발하지 못하면서 외부 감사 필요성이 대두, 관련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외부감사제도 도입에도 감사관 위촉 대상이나 위촉 방법 등을 볼 때 실질적 외부감사 효과를 낼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우선 규정상 시민감사관에 금융위 출신 인사가 위촉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무늬만 외부 시민감사관일 뿐, 실질적 청렴도 평가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
청렴시민감사관은 3명 이내로 위촉된다. 금융위 업무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하거나 청렴·감사 업무에 전문성이 인정되는 사람 가운데 금융위원장이 위촉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상 결격사유가 있거나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당 당원이나 정치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구성원, 공직선거 후보자는 청렴시민감사관으로 위촉될 수 없다.
금융위 출신의 감사관 위촉을 제한한 규정은 없다. 공직자 퇴직 후 3년 이내에는 관련 기업이나 유관기관 또는 단체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도 비껴갔다.
오히려 '금융위 업무에 관해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금융위 퇴직 인사가 감사관에 위촉될 가능성을 크게 열어뒀다.
청렴감사관이 청렴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나 자문을 맡는다는 점에서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 만큼 금융위 퇴직 관료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더라도, 퇴직 후 일정기간 위촉 제한이나 전체 인원 중 금융위 출신 비중의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위원장이 위촉 할 수 있다는 점도 구멍이다. 위원장의 '입김'이 유일한 위촉 방법이라면 개인적 인연 등 시민 감사관 자격 논란이 충분히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렴시민감사관 직무는 △금융위 업무 및 사업 중 청렴성이 요구되는 분야 또는 청렴시책에 대한 감시·평가·자문 △금융위에서 시행하는 감사에 대한 자문 △부패행위와 부패취약분야에 대한 시정 권고 및 감사 요구 △금융위 청렴도 제고 방안에 대한 의견 제시 △금융위의 민간에 대한 갑질 모니터링 및 제도개선 권고 △금융위의 소극행정 조사·개선·예방 권고다.
청렴시민감사관은 감사담당관을 통해 관련 부서에 감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 요구나 감사 참여 권한을 갖는다.
임기도 보장된다. 시민감사관 임기는 2년으로 하고 한 차례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미 금융위 내부에 감사규정과 감사담당관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외부 감사제도를 도입한 취지나 외부 감사관의 광범위한 권한을 고려할 때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한 제도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감사 결과의 정당성이나 공정성 등 확보 측면에서 일부 자격제한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