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배포 일정 7월로 지연"
은행 현장 "상품 설명, 법률 해석 어려움" 토로
"이해 당사자끼리 소통 한계, 전문가 개입해야"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100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은행 일선 현장의 혼란이 여전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현장의 업무 지침이 될 '가이드라인'을 아직까지도 마무리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소법 시행에 따른 금융사 영업현장 직원들이 참조할 '설명의무·내부통제·투자상품 위험등급 기준' 등 총 3개 항목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당초 배포 시점을 넘겼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금소법에 맞춘 상품 설명, 법률 해석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상품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우리은행) |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래 이달 안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었지만, 금융사들과의 협의과정이 길어지면서 다음 달 초부터 중순에 걸쳐 차례로 배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간 이견차로 가이드라인 배포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에서는 "법해석이 다양해 명문화된 세부지침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면책 가이드라인 요구는 적절치 않다"며 입장차를 드러냈다.
홍성기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최근 '2021 소비자금융포럼'에서 "금융회사들 스스로 규정을 해석하려는 노력이 다소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만을 기대하는 면책 가이드라인을 요구하지만 수긍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당국의 가이드라인 배포가 지연되면서 은행 현장에서 직원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 법률 해석에 대한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상품 설명시간이 기존 20~30분에서 1시간 가량으로 증가했고, 소비자에게 서명을 받는 서류도 평균 3~4장 이상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법률해석의 모호함에 따른 금소법 준수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명문화된 법이라 실제 적용에 있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아직 쌓인 케이스가 많지 않아 법률 해석에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이드라인도 없어 당국의 유권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변은 3~4일 뒤에 받을 수 있어 고객에게 안내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소법 위반에 대한 두려움, 금융 상품 설명에 대한 피로도 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대면 채널 이용을 유도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할 경우 당초 금소법의 취지인 적합성원칙이나 설명의무 규제 적용 및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회사가 고객에 비대면 채널 이용을 유도하는 양상이 관찰됐다"며 "비대면 채널 이용 시 금융사의 적합성원칙이나 설명의무 규제 적용 또는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민섭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도 "(소비자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면 금융사가 제공하는 정보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설명 의무 위반을 따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당국의 정확한 이해나 경험이 결여돼 있는데다 이해당사자끼리만 소통하다보니 가이드라인 마련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시장 전문가들의 개입을 통해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남은 계도기간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보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 보호와 거래 편의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금소법 세부규정과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고 소통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yhong@na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