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방뇨행위로 성적 자기결정 자유 침해됐다고 인정 부족"
대법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혐오감 일으켜…추행 행위 해당"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 뒤에 몰래 다가가 머리카락과 옷에 소변을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30대 연극배우가 유죄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행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대상자에게 실행한 것으로 충분하다"며 "그 행위로 인해 대상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반드시 실제로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리에 입각해 평가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피고인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면 그로써 행위의 대상이 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행위 당시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11월25일 22시46분경 천안시 동남구 아파트 놀이터에서 나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던 피해자(여·18세) 뒤에 몰래 다가가 머리카락과 후드티, 패딩 점퍼 위에 소변을 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집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소변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 혐오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재판 과정에선 A씨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의 방뇨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 자유가 침해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과 마찬가지로 방뇨 행위로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의 소변으로 피해자가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뿐 달리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은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에 형법상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