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캐럴 캠페인 발표…불교 크게 반발하며 행사중지 가처분
종단협 "종교적 중립의무 위반"…문체부 "특정 종교 홍보 아냐"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불교단체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중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문체부는 "불교를 배척하고 기독교와 천주교에 대해서만 호혜적인 혜택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고홍석 부장판사)는 8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정부를 상대로 낸 캐럴 캠페인 행사 중지 가처분 사건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종단협 측은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종교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해 종교인으로서의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정부가 불교에 지원해줄 때 이렇게 보도 브리핑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다른 기관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 요청한 사례가 전혀 없다"며 "이 캠페인에 있어는 보조금 교부 결정만한 게 아니라 각 기관 단체에 적극 홍보하고 음원을 송출해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캐럴 캠페인 추진 포스터. 2021.11.29 digibobos@newspim.com |
이어 "저희도 매년 이웃 종교에 대한 존중과 배려 차원에서 성탄절을 축하하고 있고 보조금 교부 결정 그 자체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캐럴의 실질적인 내용은 특정 종교의 교리를 찬성하는 찬송가인데 이를 적극 방송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으로,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다른 종교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체부는 정부가 주도한 사업이 아니며 특정 종교를 홍보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체부 측은 "저작권과 관련해 소상공인에게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사례들을 계도하는 차원에서 공지했던 것이지 캐럴을 특정해 무료이니 틀라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곡목 선정이나 지정, 협조 요청에 대한 것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주관한 것으로 문체부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특정 종교색채를 띠면서 불교를 배척하고 기독교와 천주교에 대해 호혜적인 혜택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며 "불교의 법익적 침해와 별개로 종단협이 직접적으로 받은 피해가 뭔지에 대해 소명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까지 양측의 추가 자료를 받아본 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논란은 문체부가 지난달 29일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 내용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KBS·MBC·SBS 지상파 라디오방송사들은 채널별 주요 프로그램에 캐럴 기획 코너를 새롭게 만들고, 보이는 라디오 자막 등을 통해 캐럴과 캠페인 광고를 송출한다. 멜론과 벅스 등 음악서비스사업자들도 30일 이용권 총 3만장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저작권위원회 누리집에서 캐럴 음원 22곡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캠페인에는 예산 약 10억여원이 배정됐다.
이에 불교계는 정부가 특정 종교 홍보를 한다고 크게 반발하면서 캠페인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체부는 "불교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캠페인과 관련해 다른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참여를 요청하고자 했던 계획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고 향후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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