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일명 '닥터 코퍼(Dr. Copper)'라고 불리는 구리 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t당 7000달러(약 916만원) 아래로 추락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 만기 구리 선물가격이 장중 한때 t당 6955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 수준까지 뛰었던 3월 4일(1만674달러)보다 35% 하락한 수치다.
구리는 실물경제를 예측하는 경기 선행지표로 사용된다. 건설∙전기∙전자∙통신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돼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닥터 코퍼도 경제학자보다 실물경제를 잘 예측한다는 이유에서 붙은 별명이다.
콩고의 한 광산에서 직원들이 구리 판 묶음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로나19 방역 규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중국이 구리 소비를 줄인 영향이 컸다. 중국은 세계 구리 소비의 55%(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최대 구리 소비국이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2.5%에 그쳤다. 특히 구리 사용량이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2% 하락했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구리 재고는 7월 들어 7만t 가까이 오르며 5월 말보다 72% 늘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월과 5월 글로벌 구리 수요가 10%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리쉐롄(李雪蓮) 마루베니 경제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는 "민간 설비투자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상하이 등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자동차와 전자 부품 소비 감소로 구리 수요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구리 수요도 부진하다. 7월 중순 LME의 구리 재고는 3월 초와 비교해 87% 증가했다.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확대된 점도 구리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3개월 만기 구리 선물가격 전망치를 당초 t당 8650달러에서 670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BoA는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에 따른 전력난 심화로 구리 가격이 t당 45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구리 수요는 견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세계가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핵심 원자재인 구리의 사용이 필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구리 가격 하락은 일시적이며 이런 생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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