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영화는 오히려 압축 스트레스가 심한데 OTT는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침착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죠."
천만 관객을 이끈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사도', '동주', '자산어보' 등으로 굵직한 이야기를 선보였던 이준익 감독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를 통해 첫 OTT 진출이자 첫 드라마 연출에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욘더' 이준익 감독 [사진=티빙] 2022.10.25 alice09@newspim.com |
"2011년에 원작을 봤는데 굉장히 신선하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에 나섰다가 다른 작품과 맞물려 못하고 있다 다시 꺼낸 작품이에요. '욘더' 마지막에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게 곧 작품의 기획 의도죠. 삶의 유한성과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거든요. 모든 인간은 죽지만 불멸, 영생을 꿈꾸잖아요. 죽음이 갖고 있는 유한성을 불멸의 무한성으로 구현해낸 사람들을 목도하고 있고, 특이점이 지나면 직접 마주할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의 이기성이 불멸을 꿈꾸고, 그 이기성으로 인해 인간은 불행해지고. 그 불행을 끝내는 길은 곧 죽음이고요. 그런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싶었어요."
작품은 2032년을 배경으로 한다. '욘더'는 재현(신하균)의 아내 이후(한지민)이 안락사로 세상을 떠나고, 이후가 자신의 기억으로 설계된 가상의 세계 욘더로 오라는 메시지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작품에서 욘더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세트장 구성에도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욘더' 이준익 감독 [사진=티빙] 2022.10.25 alice09@newspim.com |
"욘더는 어찌 보면 메타버스와 같죠.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의 이질감을 무모화 시키고 같은 사람이 다른 공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억과 감정이 이격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지어진 세트장을 그대로 바닷가로 옮기기도 했죠. 이건 어디서도 해보지 못한 걸 거예요(웃음). 만약 옮겨진 세트장이 어색했다면 반응이 있었을 텐데 그런 이야기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했죠. 장소가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획대로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어요."
이번 작품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6부작이 모두 공개됐으나,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공통 투자로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제작 단계에 돌입 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공개될 거라는 걸 몰랐던 상태였어요. 오픈을 앞둔 과정에서 파라마운트+와 공동 투자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걱정이 되더라고요(웃음). 만약 '욘더'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응원 받지 못한 작품이 된다면 해외에서 얼마나 사랑받을까 싶더라고요. 아직 모든 걱정이 해소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전 세계에 공개됐을 때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하하."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욘더' 이준익 감독 [사진=티빙] 2022.10.25 alice09@newspim.com |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극중 욘더라는 공간이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인만큼, 생전 기억을 업로드함으로써 육체는 죽었지만 기억으로 영원히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스펙터클한 설정에서 보이는 재미, 블록버스터형 영화가 주는 장점과 혜택도 분명 있죠. 하지만 내면과 영혼을 다루는 작품도 있어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과연 영혼은 존재하는가, 영원한 것은 아름다운가. 유한함 때문에 고통 받지 말고 우리는 어차피 소멸하기 때문에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자가 삶을 알차고 값지게 보낸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간 숱한 영화를 촬영해왔으나 OTT는 처음이다. 첫 드라마 연출로 '욘더'를 택한 이 감독은 작품을 미드폼 형식으로 제작했다. 한 회당 러닝타임은 20~30분 내외로 구성됐다. 이준익 감독은 "과감해지고 싶어서 미드폼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욘더' 이준익 감독 [사진=티빙] 2022.10.25 alice09@newspim.com |
"최근에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이 러닝타임이 짧아지는 게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기존 포맷을 시리즈로 전환함에 있어서 과감해지자 싶었죠. 그래서 러닝타임, 회차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하기로 결정했어요. 영화의 경우 영화가 가진 위대함도 있지만 한정성도 있어요. 바로 러닝타임이죠. 두 시간 안에 맞춰야한다는 압박과 이야기를 압축시켜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시리즈는 그렇게 안 해도 되니까 너무 좋았어요(웃음). '욘더'의 경우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다뤄요. 그래서 차분히 밀고 간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미드폼 형식이지만 그 안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한 거죠. 저한텐 이러한 시도가 굉장히 과감했고,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영화와 브라운관를 통해 시청이 가능한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의 피드백은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OTT의 경우 휴대전화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반응을 알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감독 역시 "아직 성과가 안 나온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반응이요? 잘 모르겠어요. 하하. 영화의 피드백과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영화는 정말 화끈하거든요. 작품이 안 좋으면 화살이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데 '욘더'는 아직 성과가 안 나온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까 이제 조금씩 반응이 시작됐다는 느낌입니다.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