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전기 판매시장 열어야…적당한 경쟁은 긍정적"
"민영화 주장 아냐…송배전망 등 인프라 관리 필요"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전기요금을 제대로 받으면 에너지 효율에 투자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은 크게 올라가지 않아요. 가정집 베란다 태양광이라든가 재생에너지 분산형 발전에 대한 보급이 더 빨라져서 오히려 전기요금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화석 연료는 시간이 갈수록 투자가 줄어드니 가격이 올라가고요."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서 한국전력공사의 회사채 발행을 5배로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을 부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양이 의원은 당시 한전채 확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주장을 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01.06 pangbin@newspim.com |
◆ "전기 판매 사업 시장 열어야…에너지 전환 위해 필요"
"우리가 전기요금을 싸게 하는 게 서민들을 위하는 것이라는 건 착각이예요."
양이 의원은 인터뷰 초기부터 전기요금을 올리는 게 서민 증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기요금을 전체적으로 낮게 하면 적게 쓰는 사람은 적게 혜택받고, 많이 쓰는 사람은 많이 혜택을 받게 된다"며 "싼 전기요금은 에너지 다소비자한테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배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공공요금이나 전기요금이 싼 게 좋고 경쟁을 통해 효율적으로 더 저렴하게 소비자의 이익을 더 보장하는 형태로 가는 게 좋지만, 그게 원가 이하로 공급해서 적자로 빚을 늘려서까지 하는 방식은 민주당의 지향과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이 의원은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기 판매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옛날에는 100GW 정도의 발전소가 있으면 되는 정도여서 발전기 1대당 500MW에서 1GW 용량이기 때문에 전체 다 해봤자 100대를 넘어가지 않아요. 그래서 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이 많을 필요가 없고, 자연스럽게 독점이 되는 거죠.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주가 되는 시장은 여러 시장 참여자들이 필요하고, 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부정하고 싶어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막을 수 없는 흐름. 화석 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전기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하는 상황에서 시장 구조가 과거와는 다를 수 없다는 얘기다.
양이 의원은 "개인부터 협동조합 농부, 어부, 중견기업, 대기업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 재생에너지 산업이기 때문에 수백만 개의 발전소로 늘어나게 되고, 그런 시장은 독점 구조로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발전소는 민간이 이미 다같이 하고 있는데 판매 역시 한전뿐 아니라 다양한 전력 회사들이 생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을 해서 더 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이 의원은 "경쟁의 수준이 삶을 파괴시키는 정도의 경쟁이라면 모르겠지만, 적절한 형태의 경쟁은 서로가 건강하게 긴장감도 가지고 효율적인 투자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신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것도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재생에너지 효율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라며 "국토는 좁아보이지만 320GW의 태양광을 까는 데 옛날에는 5% 면적이 필요하다면 지금은 3% 이하로 줄어들었다. 효율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제도적으로 잘 안 갖춰져 있으니 재생에너지가 비싼 것인데,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에너지의 가치를 두고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저라면 비싸더라도 원전 말고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01.06 pangbin@newspim.com |
◆ "한전 민영화 하자는 것 아냐…정부, 공정한 경쟁 감시해야"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사뭇 당황스러울 수 있다. 시장과 경쟁은 그동안 민주당이 대외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던 가치다.
"민주당이 시장을 싫어한다는 것은 정말 오해라고 생각해요.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만능주의, 성장만능주의를 싫어하는 거죠."
양이 의원은 "한전의 전기 원가가 얼마인지 스스로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는 알 수가 없지만, 원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을 시키는 것"이라며 "누가누가 전기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는지 경쟁시키면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에너지 전환 시대에 국가와 한전이 해야 할 역할은 뭘까. 양이 의원은 시장 감시 기능을 강조했다.
"담합이 있을 수 있고 폭리를 취하는 발전소가 생길 수 있으니 적정한 가격을 정하고, 다른 회사가 파는 전기 요금이 너무 높다 싶으면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쓰게 할 수 있어요."
또 전기 판매 시장 개방이 민영화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이 의원은 "한전을 민간에 판매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경제개발시대에 고속도로를 깔았던 것처럼 한전은 송배전망 같은 인프라를 깔아 공공성을 높이자는 것인데 이걸 일각에서는 민영화로 받아들이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애덤 스미스가 말한 시장은 그대로 내버려둬도 알아서 최적의 효율로 굴러가는 것이었지만 우리가 실제로 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외부비용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고 인프라에 대한 접근도가 공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주고, 원전과 석탄의 외부비용은 가격에 내재화시키고, 재생에너지와 효율화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준다면 그 시장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게 정치의 역할이고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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