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해 칸 영화제 수상작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은 영화 제목에 '결심'을 넣은 이유에 대해 '잘 안 될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새해가 되면 너도나도 결심과 다짐을 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되면 또다시 목표를 세우고, 다시 실패하고. 매해 이렇게 실패와 결심을 반복하는 게 우리의 삶 아닌가.
국가기관도 새해가 되면 결심과 다짐을 한다. 정치권의 2023년 시작은 '정치개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해 국회 모습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새해 목표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동안 역대 국회에서 개혁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고홍주 정치부 기자 |
그런데 그동안의 정치개혁이 때만 되면 돌아오는 '공염불' 같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달라보이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여야 의원 120여명이 화답하듯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이렇게 정치개혁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이 출범한 건 제16대 국회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매주 월요일마다 전체모임을 열어 토론하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내놨다. 마침 올해는 선거도 없어 시간적 여유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의 이번 새해 다짐은 조금 달랐으면 한다. 사실 지난해 국회는 낯 부끄러운 일을 참 많이 벌였다.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까지 한 합의가 뒤집히는 황당한 일이 있었고, 야당은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 했으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초로 정기국회 내 불발되는 일도 있었다. 모두 이유가 있고 사정이 있는 법이라지만, 국민들의 머리속에는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밥그릇 싸움하기 급급한 여야 모습만 남았다. 정치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여의도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적으로 믿고 응원하기에는 정치권이 지금까지 어긴 국민들과의 약속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4월 10일까지 선거제 개정을 해야 하는데 과연 선거에 직접 참여할 국회의원들이 공정한 룰을 짜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나 위성정당 등 부작용만 낳아 안 하느니만 못한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의구심,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도 올해는 국회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이번만큼은 매해 반복하는 결심이 아닌 목표완수라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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