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마취제로 인한 '질식사' 가능성有
이미 마약 악용도…"병원 마취제도 엄격 관리해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강남 납치·살해 사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마취제가 피해자 사인인 '질식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마약에 이용돼 문제가 됐던 마취제가 범죄에까지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일반 병원에서 사용되는 마취제 등도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행 차량에서는 마취제가 들어간 주사기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재 피해자의 사인에 대해 '질식사'라는 구두 소견을 낸 상태다.
11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마취제의 지속적인 투여는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의자 이씨의 아내와 성형외과가 (사건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며 "마취제가 피해자의 사인과 상당히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흔히 '질식사'는 목을 조르는 행위로 인한 사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인 마취제 투여로 인해 호흡곤란이 닥쳐 사망하더라도 사인이 '질식사'로 판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시신에서는 약물을 여러 차례 주사한 자국이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주사기와 마취제의 출처가 성형외과 간호사로 일하는 이경우의 아내에게서 나온 걸로 보고 아내 A씨를 관련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불법 유통 연도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만8480건에서 지난 2022년 2만2662건으로 조금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해 2만 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마취제가 범죄에까지 악용될 우려가 제기됐지만 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마취제 유출에 대한 제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피부과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대형 병원의 경우 전산 시스템을 통해 마취제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지만 중·소형 병원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마취제 종류도 한 두 가지가 아니기에 유출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취제는 이미 마약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최근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마취제 일종인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의 경우, 지난 2018년 투약자가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 2022년에는 50대 남성 의사가 환자에게 이를 불법으로 투여하고 성폭행 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두 약물 모두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 쓰이는 전신 마취제의 일종으로,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켜 불안감을 없애주고 피로회복·기분전환 등에 영향을 미쳐 중독될 위험성이 크지만 '마취 유도' 용도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취제의 유통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항정신상 의약품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다 마약화 될 우려가 있다"라며 "병원 측에서는 이익 실현과 연결될 수 있으니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지난 6일 7개 기관과 민·관 합동으로 11월까지 온라인 의약품·마약류 불법 판매·알선·광고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스테로이드나 에페드린 성분 주사제, 에토미데이트 성분 함유 제제 등 마취제 성분도 포함됐다.
검찰과 경찰은 범정부 수사·행정을 지휘할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전국 6대 권역 마약 수사 실무협의체를 18개 지검, 17개 지방경찰청으로 확대해 수사부터 재판까지 정보를 공유하는 '마약 컨트롤타워'로, 중점 대상은 청소년 마약공급, 인터넷 마약유통, 밀수출입 등이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