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노호근 기자 = 환경부 장관은 뉴스핌의 <환경부'살균소독제, 맹독성 실험결과 은폐 논란..왜 숨겼나>기사와 한 종편의 '서울시 지하철에도 뿌려졌다'는 보도 등이 이어지자 지난달 26일 지하철 방화차량사업소 차량기지 소독현장을 찾았다.
[서울=뉴스핌]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교통공사 방화차량사업소 차량기지에서 방역용 소독제를 환경부가 승인한 표면 소독용으로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역 현장을 둘러보고 "소독제를 공기 중으로 분사하지 말것과 작업 시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사진= 환경부] 2023.05.26 photo@newspim.com |
◆ 환경부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불감'...현장서 드러나
이날 환경부 장관의 현장점검에서는 수행원, 방역자들까지 모두 부실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어 대책마련의 자리가 오히려 환경부가 독성소독제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안전불감' 현장이 된 듯했다.
환경부가 제공한 사진에서 장관은 차량기지 소독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 용역자들은 논란이 된 압축분무기로 지하철 차량 내부에서 분사와 닦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 사진이 보도가 된 이후 환경부의 안전불감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환경부는 차량기지가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환경부는 이날 점검은 지난 3년간 전국 다중이용시설에 뿌려진 공공방역에 대한 분무·분사 등에 대한 관리 감독 차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사용방법도 WHO(세계 보건 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EPA(미국의 환경 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등 세계기관들이 금지하는 'PPE(개인보호장구)·비인체·비흡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부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장관과 부처 관계자 등이 착용한 개인보호장구(PPE)는 마치 1회용 우비와 같은 정도로 허술했다. 환경부와 과학원이 그렇게 강조하던 WHO, CDC, EPA 등이 맹독성인 5대물질의 방역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PPE(개인보호장구)·비인체·비흡입'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저희 환경부는 방역소독 물질만 관리하는 곳으로 방역복이나 개인보호장구는 질병관리청에 문의하라"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소독업체 교육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소독·방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장구류는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피부를 노출 시켜서는 안된다고 교육하고 있다"면서 "사진 속의 모습만 볼 때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 환경부는 언론 보도 막기에 '급급'...과학원장은 추가 보도 막기에 '급급'
환경부와 과학원의 대처 모습은 무기력했다. 지난 3년간 맹독성 소독제를 들이마셨을 국민들에 대한 우려보다 언론의 지적에서 순간 벗어나보려다보니 정작 부처 장관도 독성의 위험에서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왜 5대물질의 독성을 감췄어야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흡입독성시험'을 왜 해야하는지, 이해를 하고는 있는 것일까.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대규모 화학참사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정부가 저지른 일인데 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주무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대부분 그대로다. 누구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 뻔하지만, 전 정부든 현 정부든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실험결과를 숨겼던 것은 이해할 수도 용서를 받을 수도 없다.
"한심하다. 뿌리면 독성이고 닦으면 독성이 아닌가?"라며 한 전문가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저건 뿌린것도 아니고 닦는 것도 아니네. 들이마실건 다 마시며 폐가 다 망가지는 최악의 방역현장이다"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이 사진들은 기자들을 통제하면서까지 환경부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지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런 사진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 서울교통공사 방화차량사업소 차량기지에서 방역용 소독제를 환경부가 승인한 표면 소독용으로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역 현장을 둘러보고 "소독제를 공기 중으로 분사하지 말것과 작업 시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사진= 환경부] 2023.05.26 photo@newspim.com |
사진에서 장관과 부처 관계자들 앞에 압축분무기로 방역자가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참관인들은 뒤로 약 3~4미터 떨어져 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기차는 터널식이고 WHO, CDC, EPA 등에서는 터널과 같이 곳에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날 뿌려진 5대물질이 환경부 기준 유효농도(500ppm)로 뿌려졌다면 방역자들은 물론 장관과 관계자들 모두 최소 머무는 시간만큼은 폐에 치명적일 수 있는 독성을 흡입했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감염병 예방용 살균‧소독제제'가 포함된 의약외품 7품목에 대한 관리를 2019년 식약처로부터 이관 받은 후, '화학물질안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살생물물질의 호흡독성 여부에 관한 실험자료를 확인해 그 유통을 금지하거나 승인 유예 대상 내지 승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5대물질'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
이미 앞서 뉴스핌이 보도한 바와 같이 정부가 코로나19 발생 시점부터 공공방역과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에 3년이 넘게 사용을 강제하며 가장 많이 뿌려진 방역용 소독물질은 '염소화합물과 4급암모늄 화합물'이다. 환경부는 자체 홈페이지에 이 물질들에 대한 유효농도를 표시하며 WHO와 유럽연합이 권장한다고 알리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31일 방역용 소독제의 분무·분사를 금지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형적인 사후약방문격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sera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