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5년서 일부 감형→징역 2년6월·4년 선고
DB금투 벌금 5억…"실적 우선시, 위법성 간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신라젠 경영진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이른바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할 수 있도록 설계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DB금융투자 임원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전지원 부장판사)는 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DB금융투자 부사장 손모 씨에게 징역 2년6월, 전 상무보 이모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DB금융투자 법인은 이들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를 게을리 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져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obliviate12@newspim.com |
앞서 이들은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경영진들이 2014년 3월 경 무자본으로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를 설립한 뒤 신라젠 BW를 매입할 수 있도록 불법성이 내포된 가장납입 방식을 설계하고 350억원을 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 등의 배임 범행에 있어 BW 발행구조는 핵심 뼈대이고 피고인들이 일시적으로 제공한 350억원의 자금은 BW 인수를 완성하게 한 중요 수단"이라며 "피고인들은 문 전 대표 등의 범행에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수행한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손씨와 이씨에 대해 "신라젠 상장 과정에 개인적 실적을 쌓고 수수료 등 이득을 취하기 위해 문 전 대표 등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금융전문가로서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 직책 및 담당 업무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또 "실질적인 BW 대금이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신라젠이 350억원 규모의 BW 발행에 성공한 것처럼 외관을 창출해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신뢰가 훼손됐고 배임 규모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1심은 손씨에게 징역 3년, 이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은 이들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감형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이 사건으로 회사에서 지급받은 성과급 외에 사적 이득을 취득한 정황이 없는 점, 문 전 대표에게 확정된 형량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선고 직후 손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씨에 대해서도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재구속했다.
DB금융투자 측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이 양형조건을 모두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임직원의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여야 함에도 이를 간과하고 실적을 우선시했다"며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BW 인수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배임액을 350억원으로 판단하면서도 실질적 피해액은 10억원이라고 봤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