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00년 단위 재난 예상 철저 대비 빛났다
HD현대, 권오갑 회장 현장 상주하며 진두지휘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사자성어 중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미리 준비가 돼 있으면 근심을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여름에 이 사자성어가 잘 들어맞는 경우가 발생했다. 강력한 세력으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초유의 움직임에 느린 움직임까지 보여 많은 피해가 예상됐던 태풍 카눈이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2022.08.17 dedanhi@newspim.com |
태풍 카눈에 대한 예보가 긴박하게 이어지면서 지난해 태풍 힌남노를 생각하며 우려했던 사람들은 많았다. 태풍 힌남노는 막대한 비와 만조가 겹치면서 경남 지역에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특히 냉천 범람으로 포항 지역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산업계 피해도 심각했다. 포항제철소가 대부분 침수되면서 포스코가 2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포스코는 2차 전지 소재 분야 등 다양한 사업에서 많은 이익이 실현됐음에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022년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제철 역시 침수 피해를 받는 등 힌남노는 철강업계의 악몽이 됐다.
반면 카눈은 힌남노 급의 세력으로 한반도에 상륙했음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철강업계 및 조선업계가 100년 단위의 재난을 예상하고 철저한 대비를 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힌남노 당시 범람했던 포항제철소 정문에서 3문에 이르는 냉천지역 1.9km에 지난 5월말 차수벽을 설치했고, 지난 6월 제철소 외곽 냉천 토사 제방 1.65km 구간에 시트파일 4150개를 설치해 제방 붕괴에 대비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제철소 차원의 자연재난 대응 매뉴얼을 보완해 '전사/포항제철소 '업무연속계획'을 수립했다. 경보 발령 기준을 기존 2단계(갑종, 을종)에서 4단계(초재난, 갑종I/II, 을종)로 세분화했다. 이번 태풍 카눈 때 포항제철소에는 최고 단계인 초재난 단계가 발동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이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현대제철 역시 태풍 대비 전사업장 별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비상연랑망과 대응 조직도를 점검하고 상황실을 운영했으며 침수와 토사 유출에 대비해 배수로를 점검하고 수중펌프/모래주머니 등 풍수해 대비 자재 역시 현장에 배치하는 등 점검을 통해 피해를 없앴다.
조선업의 대표주자인 HD현대 역시 바다와 인접해 있고 골리앗 크레인 등 각종 철제 구조물이 많아 풍랑에 큰 영향을 받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권오갑 회장이 울산에 상주하며 대비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대응을 진두지휘한 결과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기업들이 백년 단위의 재해까지 막겠다는 철저한 대비 태세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소중한 인명들이 사고로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23년 1분기 산업재해조사에 따르면 사고 사망자는 124건 12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었지만, 여전히 작지 않은 수준이다. 건설업이 65명으로 절반에 가깝고 제조업이 21명, 기타가 32명이었다. 사망사고의 유형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와 물체에 맞고, 끼이며 깔리는 사고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다. 최근 SPC 계열사의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끼임 사망 사고도 불과 한 달 전 같은 회사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15일 SPC의 다른 계열사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큰 충격을 안겼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이어졌다.
태풍 카눈은 아무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이는 백년 단위의 재해까지 준비했던 기업들의 철저한 준비 때문이었다. 자연재해 뿐 아니라 기업에도 큰 부담을 안기는 일상 속 재난에 대해서도 기업이 태풍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대비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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