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26일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관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돼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사법부 수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데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장으로 직행해 파격 인사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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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화 사회부 기자 |
김 대법원장의 변화와 개혁은 어땠나. 6년 동안 김 대법원장의 키워드는 줄곧 '좋은 재판'이었다. 취임사에서는 좋은 재판의 실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했고 이후 전국 법원장회의 등 각종 회의와 기념식, 신년사, 심지어 국정감사 인사말까지 그는 좋은 재판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김명수 사법부'는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영상재판과 전자소송 확대, 전문법관 제도,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여러 잡음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이 법관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맞물려 재판 지연과 적체 현상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측근 앉히기와 인기 투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대법원장 개인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표 반려 사건과 관련해 2021년 2월 탄핵 위기에 몰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으로 인해 거짓말 논란이 일었고 퇴임 이후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공관 만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특정 사건 재판부를 장기간 유임하는 등 인사 개입 논란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후임 대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취임할 때와 마찬가지로 산적해 있는 사법부 현안들을 잘 풀어나갈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명 전부터 김 대법원장 체제를 겨냥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후, 이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을 예방하러 간 자리에서도 "최근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말해 김 대법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비판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후보자의 발언이 본인에게 화살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 후보자가 어떤 키워드를 내놓을지 기대할 시점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