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정에서 재판을 취재하다 보면 다양한 피고인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특히 형사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고 구속되기 직전의 피고인들은 대부분 재판장을 향해 "한 번만 기회를 달라", "살려달라"고 말하며 선처를 구한다.
물론 판결에 불만을 보이며 법정에서 항의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피고인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법원은 아직도 어려운 곳이자 무서운 곳으로 여겨진다.
이성화 사회부 기자 |
정치적 사건들은 어떤가. 최근 들어 정치인이 피고인인 사건이나 관련된 사건에서 담당 판사에 대한 이른바 '좌표찍기'는 거의 필수코스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중형을 선고받자 검찰을 넘어 사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 왜곡죄'를 신설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심판도 선출해야 한다"며 '판사 선출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이 전 부지사를 직접 변론한 변호사들까지 재판장 비난에 가세했다. 변호인 중 한 명인 김광민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욕설을 암시하는 자음을 게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다른 변호인인 김현철 변호사도 카메라 앞에서 "브라질 대통령을 부패 뇌물 사건으로 조작해 구속했던 판사가 떠오른다"며 재판장을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평균적인 법관이 판단한다면 (1심) 결과는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다시 말해 1심 재판장은 한쪽에 치우쳐서 검찰의 주장만 취사선택해 유죄를 선고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원과 판사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정치적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비한다. 재판장이 스스로 나서 자신이 맡은 사건과 관련된 기사는 안 보려고 한다는 방침을 세우는가 하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집행정지와 관련해선 의대생 자녀를 둔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하지 않기로 하는 등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노력에도 집행정지가 기각되자 의료계에선 정부 측 손을 들어준 재판장을 향한 과도한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대법관 후보 심사동의자에 포함된 재판장이 대법관직에 회유됐다고 주장하며 명예훼손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1심과 같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담당 법관의 사진을 올리고 "제정신인가"라며 인신공격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각 법관이 속한 서울고법과 창원지법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정당한 비판은 사법부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 주장이 옳고 내 기준에 어긋나는 판결은 잘못됐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무차별적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사법부 판단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고 장외 여론전을 통해 갈라치기하는 것은 결국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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